젊은(?) 마을버스 기사가 회사에서 살아남는 방법 – 실시간 베스트 갤러리
어느덧 마을버스를 운행한지도 꽤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나름 고참대우를 받으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음.
버기갤은 둘째치고, 이곳에도 혹시나 버스기사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있을까 싶어서 몇글자 좀 적어보려고 함.
어찌보면 이 글을 쓰는 나도 어디가서 젊다고 하기는 조금 애매한 나이가 되었지.
다만 이 버스운전이라는 업계를 보면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라는 건 맞지만…
그래서 나이 많은 어르신들과 잘 섞이면서 지낼 수 있는 방법 몇 글자를 써보려고 하니까
버스를 준비하던, 어디에 있던 어르신들 상대할 일이 많다면 참고하라고 ㅎㅎ
1. 핸드폰 등 전자기기를 물어볼 때에는 친절하게 알려드려라
이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임. 요즘에는 웬만한 어르신들도 다 스마트폰 들고 다니시고, 옛날 핸드폰 쓰는것과 달라서 익숙치 않으신 모습을 많이 보이실 것임.
하다못해 문자 자판 치는 방법, 사진 찍는 법, QR코드 인식하는 방법 등 우리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아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물어보심.
같은 것을 여러번 물어보시는 것이 다소 이해가 안 될 수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친절하게 웃으면서 알려드려라.
승객으로 타는 할마시들이나 할아방들은 어쩌다 한번 보고 말 사이지만, 이 기사님들은 어쩌면 너의 앞 뒤에서 계속 얼굴을 마주할 사이이기 때문에 절대로 불편해지면 안 됨.
그리고 그런 스탯이 조금씩 쌓이다보면 운행할 때 내가 제대로 못 가서 허우적거리고 있으면 이 분들이 중간에서 한 신호씩 잡아주시는 경우도 대부분이고,
나같은 경우에는 이래저래 잘 지내고 얘기하다보니 우리 아버지보다도 연장자이신 어르신들하고 술자리까지 같이 해 본 적이 있었음.
(-틀-) (-꼰-) 이런 단어들일랑 생각하지말고, 그래도 선배의 말씀이니 잘 들어놓으면 나쁠거 하나도 없더라고
2. 그 분들의 루틴이나 경험치는 존중해드려라
개월수나 연차가 쌓이면서 운행(업무)에 많이 익숙해 졌을 때 즈음이면, 조금씩 처지거나 이러는 것이 보일 것임.
그런거 잘 잡고 맞춰서 다녀준다면 너는 A급이야.
하지만 누가 못 온다고 어쩐다고 해서 잡는 것은 좋지만 그러한 행동으로 그 선배들은 무시하거나 하면 너는 탈락임.
워낙 말들이 많은 바닥이라….
익숙하지 않거나 이걸 잡아야되나 말아야되는 상황에 맞닥드린다면 일단 가는대로 가보다가 안되면 그때 잡아도 늦지 않음.
그 분들은 마을버스 이전에도 한참 전에 (주로) 시내버스를 하시면서 우리가 운행하는 도로보다 더 지랄맞은 도로도 거침없이 운행하던 경력이 있는 분들임.
막말로 밥만 먹고 운전대만 잡으신 분들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됨.
내가 번창에서 만난 촉탁분들만 하더라도 1권역 혹은 2권역에 있는 이회사 저회사에서 빡세다면 빡센 노선들, 장거리 노선들 한참 타다 오셨던 분들이 수두룩빽빽하고,
특정 회사 출신들한테는 정말 내가 잼민이도 안됐을 그 시절에 있었던 격변의 현대사 얘기를 다 들을 수 있는 분들임
(ex : 삼양교통 출신한테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얘기 듣기 / 한성운수 출신한테 성수대교 무너졌을 당시 얘기 듣기 등….)
그러니까 걱정은 하덜 말라고..ㅎㅎ
3. 너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자 할 때에는 현재 상황과 비교해서 얼마나 모두에게 편할 지 납득시켜라
보통 세대갈등이 서로 의견이 다를 때 많이 온다는 것은 모두가 부정하지 않지.
하지만, 한발 물러서서 얘기를 다 듣고 난 다음에 지금 해야하는 방법과 내가 제시하는 방법의 차이점을 얘기하고 내 쪽이 더 낫다라는 점을 잘 어필하면 생각보다 잘 들어주심.
시내버스나 마을버스 모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젊은 기사들을 모난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나쁘지 않게 보시는 편임.
그래서 아까 2번에 쓴 것 처럼 옛날 얘기도 많이 해주시려고 하는 편이고.. (난 이런거 듣는걸 재밌어해서 더 쿵짝이 잘 맞게 지냈던 것 같음)
버스를 몰면서 축적된 노하우도 있지만, 생각보다 버스 운전 이전에 엄청난 일을 하고 오신 분들도 종종 계시더라
(ex : 우리가 알만한 제약회사 임원 or 고위직급 샐러리맨 출신이라던가, 국제무역상으로 여러 나라를 오가셨던 분이라던가, 사업을 오래 하셨다던가 등)
그러니까 어르신들하고 부딪히는걸 너무 두려워하지는 말라고..
단, 사바사가 있다는 것은 감안해야 하기에 아무리 말해도 안 통하는 통곡의 벽 같은 존재가 있다는 것은 생각해야 한다.
내가 여기서 더 쓰지는 않겠지만, 당연히 모든 것의 기본은 인사라는거 잘 알고 있지?
인사만 잘해도 정말 절반, 아니 그 이상도 먹고 들어갈 수 있어.
나도 어쩌면 곧 새로운 환경의 변화가 있을 수도 있어.
그래도 해온만큼, 어쩌면 그것보다 조금 더 열과 성을 쏟으면 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겠지?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어디론가 갈 수 있다는 암시글일 수도 있음 ^^ 상상은 자유에 맡길게.
기타 궁금한 점이 있으면 댓글이나 갤로그 활용해주면 되니까 그럼 이만!
출처: 교통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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