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알아달라” 두산 사장단이 주주들에게 호소한 이유
두산그룹 사업 재편 밝혀
앞서 주주가치 훼손 지적돼
사장단 이례적으로 호소해
두산그룹의 사업 재편 과정에서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두산에너빌리티·밥캣·로보틱스 사장단이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모여 사과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이날 사장단은 두산그룹 사업 재편의 효과를 비롯해 향후 사업 비전을 전하며 주주들에게 동의를 호소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두는 사업 재편을 진행한다.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 회사와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둔 신설 법인으로 인적 분할을 추진하고, 신설 법인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하는 방식을 택했다.
앞서 두산그룹은 금융당국과 주주의 반발에 사업 재편 방식 일부를 수정했다. 지나치게 두산밥캣을 저평가해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을 기존 1대 0.031에서 1대 0.043으로 조정했다. 사업 재편을 밝히기 전날인 지난 21일 두산그룹 사장단은 기자회견을 열고 주주들의 동의를 호소했다. 첫 연사로 나선 두산에너빌리티 박상현 사장은 “사업 구조 개편과 관련하여 주주분들과 충분히 소통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라며 머리 숙였다.
기자회견에서 박상현 사장은 구조 개편에 따른 합병 과정을 통해 주주들이 이득을 볼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상현 사장은 “최대한 많은 주식을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방향으로 분할 합병비율을 변경했다”라며 “이번 사업구조 재편으로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양사의 성장이 가속하여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가치가 더욱 상승할 양사 주식을 동시에 보유하게 됨으로써 향후 추가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영업 자산을 정리하여 1조 원 이상의 투자 여력을 확보하게 되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대형 원전을 비롯해 소형모듈원자로(SMR), 가스·수소터빈 등에 즉각적으로 투자하여 적기에 시장을 선점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즉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개편을 통해 두산로보틱스의 주식을 갖게 되는데, 양사의 가치가 상승하면 주주들의 수익이 증가할 것이란 주장이다.
두산 측은 분할에 따른 현금 증가와 차입금 감소로 약 1조 원 이상의 투자 여력이 발생하면, 이를 설비에 투자하여 매년 1,500억 원 이상의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박상현 사장은 투자를 통해 오는 2028년부터 연간 2,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사는 5년 동안 대형 원전 10기를 비롯해 SMR 60기를 수주하고, 2038년까지 100기 이상의 가스터빈을 생산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이어 두산로보틱스 유정훈 부사장은 두산밥캣과 합병에 따른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그는 “현재 접근 가능한 시장은 9조 원인데, (두산로보틱스의) 침투율은 2% 수준이다”라며 “(두산밥캣과 합병 시) 해외 건설을 비롯해 농업 부문에서 두산밥캣의 고객처를 활용한다면 120조 원 규모의 전문 서비스 시장을 빠르게 선점할 수 있다”라고 했다.
두산밥캣 스캇박 부회장 역시 주주들에게 합병 장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그는 “두산밥캣의 지배구조는 두산에너빌리티에 묶여있지만, 사업구조는 두산로보틱스와 연결되어 있다”라며 “연결 회계로 재무성과를 공유하고 있어, 공동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효율적인 운영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기획 추진 과정에서 소통 부족으로 혼란을 드린 점 송구하다.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하여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두산 사장단이 주장한 주주들의 이익이 실제로 발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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