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청소년 유해물” 한강 작가에 맘카페 반응…심상치 않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 채식주의자
형부와 처제 간의 성관계 장면 묘사
“초·중·고 도서관에 비치돼선 안 돼”
최근 학부모 단체인 전국학부모단체연합(전학연)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청소년 유해 매체물이라고 지적하며 “전국 초·중·고 도서관에 비치돼선 안 된다”라고 주장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22일 전학연은 “청소년 유해 매체물은 초·중·고 도서관에 비치돼선 안 된다”는 제목의 성명문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강 작가의 책을 초·중·고 도서관에 비치해서 안 된다는 주장을 담은 성명문으로, 한강 작가의 책이 청소년 유해도서라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이날 전학연은 “한강 작가의 저서를 읽어보지 않은 국민 대부분은 실제 작품의 내용은 알지 못하면서도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소식만으로 대단히 기쁜 마음이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한강의 책을 읽은 사람 중에는 어른에게도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대단히 많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유인즉슨 ‘한강의 대표작 중 하나인 ‘채식주의자’에서 형부가 처제의 나체에 그림을 그리고 촬영하며 성행위 하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처제는 갑자기 채식한다며 자해하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면서 나무가 되겠다고 굶어 죽는 기이한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학연은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의 책을 노벨상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도서관에 비치하려는 시도에 학부모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청소년보호법 제9조 1항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에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것이거나 음란한 것’이 포함되어 있고, 이에 해당하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학연은 “’19금 성인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받았다고 해서 ‘청소년 관람 가능’한 영화가 될 수는 없다. 영화에 관람 불가 등급이 있듯 도서에도 미성년 보호를 위해 연령 제한이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청소년 유해 도서 지정을 촉구했다.
실제로 지난 22일 오후 7시 기준으로 채식주의자 비치 반대 서명에 1만 474명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학연은 교육부와 산하 시도 교육청, 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를 향해 ‘채식주의자’가 초·중·고 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의 아동·청소년 서가에 비치되지 않도록 바로 조치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이 된 ‘채식주의자’는 지난 2016년 영국 맨부커상 국제 부문(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으며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세계의 작가’ 반열에 처음 올려놓은 작품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어린 시절 폭력의 트라우마로 육식을 거부하게 된 여자가 극단적인 채식을 하면서 나무가 되기를 꿈꾸고, 또 죽음에 다가가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는 강도 높은 성적 묘사나 가공할 폭력이 잔혹하게 자행되는 장면 등이 상세하게 묘사돼 일부 독자는 “읽기가 힘들다”는 평이 제기되어 왔다. 한강 작가가 집필한 ‘채식주의자’의 학교 도서관 비치 논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경기도교육청 등에 대한 국정 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한강 작가의 소설이 폐기된 것에 대해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에게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도 교육청은 지난해 9∼11월 각 교육지원청에 청소년 유해 매체물 심의 기준이 담긴 공문을 전달해, 각급 학교가 도서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유해 도서를 정하도록 한 바 있다.
이 당시 약 2,490개교가 총 2,517권을 성교육 유해 도서로 판단해 폐기했는데, ‘채식주의자’도 여기에 포함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 학교는 ‘채식주의자’를 폐기했고, 다른 두 학교에서는 열람을 제한하는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임태희 교육감은 “깊은 사고 속에서 쓰인 깊은 사고가 들어있는 작품”이라면서도 “책에 담긴 몽고반점 관련 등의 부분에서는 학생들이 보기에 저도 좀 민망할 정도의 그렇게 느끼면서 읽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강 작가의 작품 ‘채식주의자’를 둘러싼 논란은 맘카페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11일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한 맘카페에는 ‘한강 작품, 아이들에게 읽힐 때 주의하시길’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을 작성한 A 씨는 “저는 한강 작가의 작품을 대체로 좋아하는 편이다”라면서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부모님들이 러인 자녀들에게 한강 작가의 책을 권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A 씨는 “한강 작가의 책은 아이들이 읽기에는 너무 솔직해요. 채식주의자는 형부와 처제의 간음이 아주 오래 진하게 묘사돼 있어요”라며 “한강 책은 취향의 문제보다는 아직 비판 능력이 부족한 어린아이들에게 읽으라고 권하기는 좀 어려워요”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능하면 부모님들이 먼저 읽어 보시고 아이들에게 권할 것인지 결정하셨으면 좋겠다”라며 “꼭 유념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A 씨의 글을 접한 맘카페 회원들은 “경기도교육청에서 채식주의자 청소년 유해 도서로 선정했던 이력 때문에 팬들이 지금 난리인데요. 예술과 교육은 다르니까요”라며 A 씨의 글에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아무래도 그런 면이 있죠”, “아이들이 보기에는 난해하고 어려운 소재네요”, “애들이 읽기엔 좀 그러네요”와 같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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