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어디까지 올라가?” 정부 결정에 기업들 비상 걸렸다는데
정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한국전력 24일부터 적용해
‘탈한국’ 우려 목소리 나와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한 가운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전력 사용 상위 20개 기업의 연간 전기료가 1조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국내 기업의 ‘탈(脫)한국’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2023년) 11월에도 민생 부담 등의 이유로 전기요금을 인상한 바 있다.
지난 23일 한국전력은 24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9.7%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 인상되며, 대기업은 kWh당 평균 181.5원으로 10.2%가 오른다. 중소기업은 177.4원으로 5.2%(약 8.5원) 인상한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1년도 채 안 된 시점에 또 한 번 전기료를 올려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은 “지난 2021년부터 누적된 41조 원의 적자(연결 기준)를 보전하기 위한 조치다”라고 밝히며 “부담 대상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전력 전체 고객 가운데 기업 고객은 약 44만 개로 1.7% 수준이다. 이 중 대기업은 전체의 0.1%에 불과하지만, 전력 사용량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8.1%를 차지한다. 즉 한국전력은 전기 사용이 높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요금을 인상하여 적자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반발했다. 경기 둔화를 비롯해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와 중국의 저가 공세로 한국 경제가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반도체를 비롯해 철강,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 전기 사용량이 많은 국가 기간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갖게 된다.
실제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전력 사용 상위 20개 기업의 연간 전기료는 지난해 12조 4,530억 원에서 1조 4,266억 원 증가해 13조 8,796억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해진다. 적자가 심각한 기업일수록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그 예로 지난해 2조 5,102억 원의 적자를 낸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3분기에도 흑자로 전환하지 못하며 고배를 마시는 상황이다. 전기요금까지 인상되면 기업 운영에 더욱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 올해 전기료 인상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연간 934억 원 수준의 전기료를 더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현대제철은 연간 1,166억 원의 전기료가 추가로 부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력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연 4조 5,000억 원에서 5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미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비싼 편에 속한다.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평균 전기요금은 kWh당 179.5원으로, 이는 지난해 기준 미국 전역의 평균 전기료인 112원보다 비싸다. 수치로 따지자면 미국 평균 전기요금보다 60.3% 요금이 더 나가는 셈이다.
특히 다수의 한국 기업이 진출한 미국의 텍사스주와 조지아주에 비하면 두 배 이상에 달한다. 텍사스주와 조지아주의 전기요금은 각각 77.6원, 83.4원 수준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높은 전기료에 한국 기업이 ‘탈한국’을 선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립을 비롯해 경기 평택·용인 반도체 공장 준공 등으로 전기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기료를 인상하면,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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