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가 500억 원어치 휴대폰 불태워버린 사연, 뭐길래?
삼성전자 이건희 명예회장
‘애니콜 화형식’ 지시해
이후 시장점유율 증가해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데 이어 이례적으로 반도체 사업 수장이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과거 이건희 명예회장이 단행한 ‘애니콜 화형식’이 재조명받고 있다. 당시 이건희 명예회장은 삼성전자가 선보였던 휴대전화인 ‘애니콜’ 초기제품의 불량률이 10%를 넘기자 직접 불에 태워버릴 것을 지시했다.
이건희 명예회장은 지난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선언’을 통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봐라”라는 발언을 할 정도로 경영 혁신을 중요시했다. 실제 이건희 명예회장은 2년 뒤인 지난 1995년 삼성전자의 애니콜 제품의 불량률이 11.8%까지 치솟은 데 따른 조치로, 이른바 ‘애니콜 화형식’을 지시했다.
이에 지난 1995년 3월 9일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운동장에는 무서운 불길이 치솟았다. 이에 따라 500억 원 규모의 휴대전화 15만 대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잿더미가 됐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당시 삼성전자는 임직원 2,000여 명을 한데 모아 본인들이 개발한 휴대전화를 직접 불태운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삼성전자는 ‘품질은 나의 인격이자 자존심’이라는 현수막을 내걸면서 ‘품질경영’을 강조했다. 이건희 명예회장이 지시한 ‘애니콜 화형식’은 효과가 대단했다.
이 사건 이후 삼성전자의 기존 국내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은 30% 수준에 머물렀지만, 화형식 직후 불과 4개월 만에 50%로 뛰어올랐다. 이에 당시 승승장구하던 모토로라 등 외국 브랜드 휴대전화의 점유율은 10%대로 급감했다.
더하여 지난 1997년에는 삼성전자의 휴대전화가 올림픽 무선 분야 공식 파트너로 선정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까지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던 노키아를 2012년 제치는 등 지속 성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 재계에서 삼성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9조 원, 9조 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13% 감소했다.
또한 영업이익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공시 전날 집계한 증권가 전망치 평균인 영업이익 10조 7,717억 원보다 크게 밑돌았다. 이에 지난 5월 삼성전자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전영현 DS 부문장은 잠정 실적 발표 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라며 이례적으로 별도의 사과를 전하기도 했다.
재계는 ‘애니콜 화형식’ 사건을 예로 들면서 삼성전자가 위기 극복의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갈지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역사는 한 마디로 위기 극복의 역사다”라며 “‘애니콜 화형식’으로 위기를 돌파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아 한 단계 성장했듯이 이번 위기도 특유의 저력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애니콜 화형식’ 이후에도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로 위기를 맞은 뒤 과감히 ‘옴니아’를 단종시키고 ‘갤럭시 S 시리즈’를 내놓기도 했다. 또 지난 2016년에는 ‘갤럭시노트7’ 제품의 배터리 결함 논란이 불거지자 250만 대 전량 리콜이라는 초강수로 대응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반전 시킨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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