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뮤얼 “학생들 내 피부 아닌 키 보고 놀라”…섬마을 원어민 선생님의 고백 (이웃집찰스) [종합]
[TV리포트=남금주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레뮤얼이 섬 생활을 공개했다.
29일 방송된 KBS 1TV ‘이웃집 찰스’에는 레뮤얼이 수업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여수 시내에서 배로 1시간 20분이 걸리는 금오도에 살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레뮤얼이 등장했다. 한국 생활 5년 차인 레뮤얼은 관사에서 20초 거리인 학교로 출근했다. 전교생 58명인 여남중고등학교의 유일한 원어민 선생님이었다. 레뮤얼은 “섬에선 모든 게 느리다. 매우 평온하고, 서두르는 법이 없다. 전 이 섬의 속도가 좋다. 천천히 살아가는 게 저에겐 잘 맞는다. 그래서 일부러 이 작은 시골 학교를 택했다”라고 밝혔다.
초등학교 수업까지 맡고 있는 레뮤얼은 그림 사전 게임 수업 준비를 했다. 레뮤얼은 “영어 표현 익히는 데는 게임이 효과적이다. 시간은 더 들지만, 학생들에겐 효과적이다. 이런 작은 동네엔 학원이 없지 않냐. 제가 할 수 있는 한 학생들을 돕고 싶다”라고 밝혔다.
레뮤얼은 친근하게 학생들과 인사했다. 학생들은 레뮤얼을 처음 봤을 때 큰 키에 놀랐다고. 레뮤얼은 “처음 왔을 때 엄청 긴장했다. 교사 연수 받을 때 섬마을 학생들에겐 제가 난생처음 보는 외국인일 거란 말을 들었다. 한국엔 흑인도 별로 없는 데다 섬이라 더 걱정됐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레뮤얼은 “첫날 교과서를 들고 잔뜩 긴장한 채로 수업에 들어갔다. 처음엔 그냥 쳐다만 보길래 인사했더니 ‘와. 너무 키가 크다’라고 하더라. 그게 끝이었다. 제가 키가 큰 게 아이들에겐 가장 놀라운 일이었다. 제 피부, 머리 스타일 이런 게 아니라 키였다. 그 후론 마음이 편해졌다”라며 금오도 학생들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레뮤얼은 첫 부임지인 압해도에서 4년 근무 후 2번째 부임지로 또다시 섬마을을 택했다.
초등학교 1학년 수업을 앞둔 레뮤얼은 “아이들은 너무 귀여운데, 영어를 거의 못해서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한다. 한국어 실수가 있을까봐 걱정된다”라고 긴장감을 드러냈다. 수업 시작도 전에 레뮤얼은 학생의 이름을 틀리게 적어 진땀을 뺐다.
다행히 무사히 수업을 마친 레뮤얼은 동료 선생님들과 급식을 먹었다. 동료 선생님들은 “묵을 젓가락으로 잡는다”라며 레뮤얼의 젓가락질을 칭찬했다. 레뮤얼은 선생님들의 물으며 “제가 선배다. 전 두 번째다”라고 웃으며 농담했다.
레뮤얼은 어려운 점에 대해 “처음엔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처음이라 어려웠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지금은 좀 나아졌다. 여기 있는 선생님들 덕분에 많은 게 나아졌다. 모든 선생님이 친구이자 가족 같다”라며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레뮤얼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고 싶다. 여기는 섬 공동체이지 않냐. 사람들은 서로를 돕는데, 저도 그 일환이 되고 싶다. 친구를 사귀려면 한국어를 더 열심히 배워야 한다”라고 밝혔다. 레뮤얼은 용기를 내서 마을 할머니들에게 다가가 대화를 걸었다. 레뮤얼이 자신의 이름을 ‘렘’이라고 소개하자 할머니들은 ‘일남이’로 알아들었고, 레뮤얼에게 새로운 한국 별명이 생겼다.
남금주 기자 ngj@tvreport.co.kr / 사진=KBS 1TV ‘이웃집 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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