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부자 언니’인 줄 알았던 그녀, 알고 보니 ‘부동산 사기꾼’이었다 (‘PD수첩’)
[TV리포트=양원모 기자] ‘친절한 부자 언니’ 따위는 없었다.
29일 밤 MBC ‘PD수첩’ 제작진은 오피스텔 분양 사기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분양의 여왕’ 김 씨의 존재를 추적했다.
전세 사기 피해의 직격탄을 맞았던 화곡동. 얼마 전 제작진은 화곡동에서 ‘무자본 갭 투자’로 사람들을 현혹하며 오피스텔을 분양시킨 뒤 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수분양자 수십명을 빚더미로 몰아넣었다는 50대 여성 김 씨에 대한 제보 메일을 받았다.
이혼 뒤 17년 지기 친구에게 김 씨를 소개받은 제보자 최주희(가명) 씨. 최 씨는 김 씨 권유로 전세를 끼고 신축 오피스텔 3채를 7억 1200만원에 분양받았다. 아이들 미래와 자신의 미래를 대비해 김 씨에게 투자금까지 빌리며 무리해서 분양을 받았던 최 씨.
최 씨는 계약 과정이 마치 물량 배분하듯 이뤄졌다고 말했다. 최 씨는 “계약서를 써 가지고 갖고 왔다. 심지어 나는 몇 호를 받았는지 동 호수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그러면 김 씨하고 밑에 직원들이 알아서 ‘A는 몇 호, B는 몇 호, C는 몇 호 줘’라며 자기들이 알아서 배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계약이라는 건 내가 분양 사무실에 가서 최소한 사인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그런데 한 번도 어떤 계약서에 사인한 적이 없다. 김 씨가 막도장을 파면 그걸 찍어 떠넘기듯 우리에게 (계약서를) 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2년 뒤 부동산 시장에 ‘역전세’ 공포가 커지면서 최 씨는 전세금 하락으로 발생한 차액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됐고, “문제가 발생하면 도와주겠다”며 호언장담했던 김 씨에게 연락했지만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김 씨의 사업자 등록증에 기재된 사무실로 직접 찾아간 제작진. 그러나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고, 수소문 결과 3개월 전 매물로 나온 것을 확인했다. 또 다른 피해자 이 씨는 “김 씨가 거기서 부동산 회사를 운영하면서 거주했다”며 “가보면 진짜 일수꾼처럼 다른 건 신경 안 쓰고 옆에 수첩만 잔뜩 있다. 일수 받듯 돈 입금되면 확인하는 수첩”이라고 말했다.
과거 일수 일을 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는 김 씨. 제작진은 김 씨가 자주 다녔다는 화곡동 시장을 찾아갔고, 상인들에게 고리대금을 놓고 다녔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제작진 추적 결과, 김 씨는 최 씨와 같은 수분양자를 모아오면 건축주에게 일정 금액을 리베이트받는 ‘분양 브로커’였고, 이를 통해 최소 15억원에서 최대 45억원을 챙긴 것으로 추정됐다.
오승훈 아나운서는 “사람들의 욕심이 뒤엉켜 부동산 시장은 이미 위험해진지 오래다. 이 위험한 곳에 어쩔 수 없이 발을 들여놔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세입자”라며 “이들은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위험한 곳에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MBC ‘PD수첩’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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