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 혈세로 지은 호텔인데…객실에 스프링클러가 빠졌다고요?
정부 소유 ‘해남 126 오시아노’
객실 스프링클러 미설치 문제
추가 설치 없이 31일 오픈 예정
이달 31일 문을 여는 정부 소유의 4성급 리조트호텔 ‘해남 126 오시아노’ 객실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안전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건물은 5층으로 조성되어 있으나, 이 호텔 1~3층 객실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어 전체 120개 객실 중 절반 이상이 화재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6일 한국관광공사는 오는 31일 해남군 화원면 화봉리 일대에서 4성급 리조트호텔 ‘해남 126 오시아노’를 개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호텔은 정부가 한국관광공사에 개발을 맡기고 400억 원을 투입해 지은 것으로, 지상 1~5층 연면적 9,400여㎡에 120실 규모의 객실을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400억 원이라는 혈세가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연회장 등이 있는 1층부터 객실로 쓰이는 2, 3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고 4~5층 객실에만 설치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절반가량의 객실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스프링클러 미설치로 인해 호텔 운영 계약도 혼선이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국관광공사는 경쟁 입찰을 통해 호텔 위탁 경영사로 ㈜이지스를 선정하고, 이지스 측은 하얏트호텔을 호텔 운영 파트너사로 선정했으나 하얏트호텔 측은 스프링클러 미설치 등을 이유로 운영 계약을 파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업계에 따르면 현행 소방법상, 이 호텔에 스프링클러가 부분적으로 설치된 것은 불법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나, 한국관광공사가 화재 피해와 예방에 대해 안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해당 호텔이 지난 2021년 건축 허가를 받아, 당시 소방법(2018년 개정)에서는 ‘6층 이상 숙박시설’에 한해서만 전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어 개정된 소방법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개정된 소방법에서는 층수와 무관하게 숙박시설 전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했으나, 기존 건축물에 대해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한국관광공사가 화재 피해와 예방에 대해 안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스프링클러가 불이 나면 초기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소방시설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국내 4성급 이상 호텔 중 스프링클러가 층별로 부분 설치된 곳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호텔이 투숙객과 직원 안전을 위해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지난 8월 경기도 부천시에서 9층 규모 호텔에 불이 나 7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소방 안전 문제가 화두로 오른 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스프링클러 미설치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또다시 숙박시설에 대한 안전불감증 논란이 일고 있다.
스프링클러 미설치 문제에 대한 파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국관광공사 측은 건축법, 소방법상 이상이 없었던 만큼 개장 일정을 늦출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어 한국관광공사는 스프링클러를 추가 설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개장 일정이 빠듯하고 스프링클러를 추가 설치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국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강화된 법 규정의 취지에 맞도록 소방 안전 전문 기관 컨설팅, 소화 물품 추가 비치, 소방안전교육 및 훈련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안전 강화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11월 건축 준공 인가를 받을 때도 소방서에서 철저한 안전 점검을 거쳤으며,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 없이 준공했었다”며 “해남군 오시아노 관광단지를 활성화하고 지역 관광과 경제를 부흥하기 위해 세우는 호텔이라 공사에서도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지역민들의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관광공사가 해남 지역 관광 개발 차원에서 해남 126 오시아노 호텔 개발을 위해 약 400억 원의 세금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정부 기관이 국민을 위험에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이는 호텔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소방 스프링클러 없이 운영돼 ‘한국관광공사가 혈세로 국민 관광이 아닌 오히려 국민을 위험에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스프링클러가 미설치된 해남의 호텔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역 관광 개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한국관광공사의 경우 국내 관광호텔의 등급을 심사했던 정부 부처의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관광개발에 있어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이라고 짚으며 “비용 등 경제적 문제를 고려해, 안전에 투자하려는 숙박시설에 대한 정부 지원과 체계가 더욱 현실적인 차원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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