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주유소인데…손님이 안 끊겨요”
용산·여의도 고가 주유소
휘발유 가격 2,829원 수준
“법인카드 손님이 주로 이용”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의 평균 판매 가격이 전주에 이어서 또 소폭 상승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주유소에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돼 이목이 쏠린다.
지난 2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0∼24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직전 주 대비 ℓ당 1.5원 상승한 1,593.1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은 직전 주보다 0.9원 내린 1,660.8원을 기록했으며 반면 가격이 가장 낮은 대구가 2.1원 오른 1,555.9원으로 확인됐다.
가장 저렴한 브랜드는 알뜰주유소로 ℓ당 평균가가 1,563.4원이었다. 이어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0.8원 상승한 1,422.2원으로 확인됐다. 즉,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2주 연속 상승했으나, 지난주보다 상승 폭이 둔화하며 강보합 흐름을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 전문가는 “국제 휘발유 및 경유 가격이 배럴 기준으로 내렸으나 원/달러 환율 상승에 원화 기준으로는 다소 올랐다”며 “다음 주까지는 국내 가격 변동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평균 경유 가격이 1,422.2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서울 용산구 소재의 한 주유소의 경우 경유 가격이 약 2,799원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비싼 주유소로 알려진 서울 용산구 서계 주유소다. 서계 주유소는 지난 4일 기준으로 서울에서 기름값이 가장 비싼 곳으로 꼽힌다.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입간판에 적힌 리터당 휘발유 가격은 2,829원 수준으로 확인됐다. 당초 서계 주유소의 경우 ‘고가 정책’으로 이름 높은 주유소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천정부지 기름값이 논란이 될 때마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주유소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해당 주유소의 네이버 리뷰에는 ‘내가 직접 수입하는 게 더 싸겠다.’, ‘급하게 주유하러 갔다가 생각 없이 넣었는데 가격 보고 기절할 뻔’, ‘덤탱이 쓰고 갑니다’ 등의 후기가 달리기도 했다. 실제로 이 주유소에서 5년 정도 일했다는 직원은 높은 가격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 근방에 주유소가 별로 없어서 그런 것 같다”며 “법인카드 손님이 많긴 한데 일반 손님도 꽤 있다”고 밝혔다.
즉, 법인카드를 이용해 주유하는 손님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인근에 주유소가 없어 비싼 가격에도 해당 주유소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서계 주유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주유소의 가격은 서계 주유소의 절반 수준으로 확인됐다.
일례로 국내 중형차 기준으로 휘발유를 가득(60리터) 채우면 서계 주유소는 16만 9,740원으로 인근 주유소(9만 780원)보다 7만 8,960원을 더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이어 서계 주유소 못지않게 악명이 높은 주유소로는 여의도 국회 맞은편 경일주유소가 꼽힌다.
다만, 해당 주유소는 주인이 바뀌면서 기름값이 정상 범주로 내려왔다. 과거 경일 주유소는 초고가 정책에도 늘 반짝반짝 윤이 나는 검정 세단이 줄을 서 있을 정도로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핵심 고객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이란 짐작이 이어졌다.
이는 국회의원이 매달 110만 원의 ‘유류 지원비’를 받기 때문에 기름값에 덜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에 여의도의 비싼 기름값을 둘러싸고 정치인들의 ‘카드깡’ 논란도 등장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후보 선거에 나섰을 때 2009~2010년 2년간 주유비로만 5,700만 원어치를 썼다는 질타를 받았다.
당시 야권 단일 후보이던 박원순 시장은 정치자금으로 주유소에서 카드를 긁은 후 현금화하는 ‘돈세탁’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는 국회의원이 매달 받는 유류 지원비 110만 원은 영수증을 붙여 증빙할 필요 없이 꼬박꼬박 정액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비싼 가격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땅값과 주요 고객층, 경쟁 구도 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다.
즉, 어느 정유사에서 기름을 공급받는지는 큰 변수가 되지 않고, 여건들을 감안해 주유소 주인이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를 갖춘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통상 정유사의 공급가, 지역에서의 경쟁 상황 등을 감안해 가격을 책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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