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좀…” 미국으로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국내 기업들
토스 미국 증시 상장 추진
국내 증권 시장 침체 분위기
쿠팡·네이버웹툰·무신사·야놀자
최근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미국 상장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한국거래소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시가총액이 큰 기업들이 해외 상장으로 눈을 돌릴 경우 거래소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 6월 네이버웹툰(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미국 나스닥 시장 입성을 계기로 국내 유니콘들의 해외 상장이 다시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 역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미 상장했던 쿠팡과 네이버웹툰 등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국내에서 벌어들였으나, 미국행을 택해 투자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미국 증시 상장 행보를 두고 “한국 증시에서는 제값을 받을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과거 야심 차게 해외 상장한 기업 대부분이 주가가 부진하다는 점과 상장 폐지된 기업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보다 미국 증시의 사이즈가 훨씬 크니,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 대부분의 주가가 부진한데, ‘제값 받기 위해 미국 간다’고 공통으로 이야기하니 (손해를 본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경 쓰여) 다소 낯 뜨겁다”고 평가했다.
지난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는 국내 IPO(기업공개)를 위해 협의 중이던 상장 주관사에 미국 상장을 우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우선 검토를 고려하는 이유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당초 토스는 10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는 이 같은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현재까지 토스의 미국상장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거래소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이미 지난 2021년 3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입성을 시작으로 올해 7월 네이버웹툰의 모기업 웹툰엔터테인먼트도 성공적으로 미국 시장에 안착하며 국내 기업들이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행 플랫폼 야놀자,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미국 증시 상장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투자업계에서는 국내 기업의 미국행을 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직격탄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무신사의 경우 국내 패션기업을 비교기업으로 설정해 기업가치를 산정하는데, 동종기업들이 심각하게 저평가돼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이어 야놀자 역시 비교기업인 하나투어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1배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기존 기업과는 다르게 기업가치를 평가해야 하는 논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게 국내 증시 상장을 꺼리는 배경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다만, 이런 기조를 의식한 듯 한국거래소도 최근 국내 유니콘 기업들의 국내 상장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한국거래소 정은보 이사장은 거대 신생 기업 CEO들을 만나 “IPO 준비 과정에서 기업이 겪는 애로사항을 지속적으로 청취해 유니콘 기업들이 우리 시장에 원활히 상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미국으로 빠지는 대어급 기업이 국내 증시로 유입되지 않으면 수익성 악화뿐만 아니라 투자자 이탈과 신뢰도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유니콘 기업들이 해외보다 국내 상장을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효과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즉, 평가 환경 개선, 세제 혜택 부여, 유연한 규제 환경 조성 등 밸류업 정책을 통해 기업의 성장과 시장 발전을 동시에 촉진해야 국내 기업의 해외 상장 기조를 저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토스는 당초 오는 2025년까지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할 계획이었다. 특히 토스의 기업가치는 10조 원 이상으로 평가되며 국내 IPO 시장에서 주목받는 최대 대어로 꼽히기도 했다. 다만, 국내 주식 시장 불확실성과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얻을 기회 및 장점을 따져보면 미국행이 더 이득이 될 것이란 판단이 서며 국내 IPO 절차를 중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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