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 말라고 ‘한 지붕 두 회사’ 만들어 나눠줬던 회장님…지금은?
국내 매트리스 시장 ‘빅 2’
시몬스·에이스 침대 경쟁
안유수 창업 회장 경영권 승계
지난 4월 시몬스 침대가 지난 1992년 출범한 지 32년 만에 역대 최대 매출을 거두며 ‘침대 업계 1위’ 에이스침대를 처음 꺾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몬스와 에이스가 형제 기업이라는 사실에 이목이 쏠린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시몬스의 매출은 3,138억 원으로 2022년(2,858억 원)보다 9.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2년 한국 법인을 설립한 이후 역대 최대치로 알려졌다. 특히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18억 원에서 319억 원으로 170% 증가했다. 이어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TV 광고비를 대폭 삭감하면서 전년보다 6%포인트 오른 10%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시몬스는 지난해 매출 상승 요인으로 300만 원대 이상 ‘고가 프리미엄 매트리스’의 성공을 지목했다. 여기에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은 프리미엄 비건(vegan) 매트리스 컬렉션 ‘N32’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민감한 요즘 소비자들의 요구와 맞닿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에이스침대의 지난해 매출은 연결 기준 3,064억 원으로 2022년(3,462억 원)보다 11.5% 줄어들면서 1위 자리를 내준 것으로 파악된다. 이어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53억 원에서 570억 원으로 1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위 자리를 시몬스에 내준 에이스침대는 사업 구조가 다르므로 직접 비교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는 에이스는 전체 매장 절반 이상을 대리점으로 운영하지만, 시몬스는 직영만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에이스침대는 소매 매출도 있지만 도매도 합쳐진 매출”이라며 “영업 방식에 따른 매출액 산정 기준이 서로 다르다”라고 밝혔다.
당초 에이스와 시몬스는 고 안유수 에이스침대 창업주가 시작해 두 아들이 각각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장남인 안성호 사장은 에이스침대, 차남인 안정호 사장은 시몬스침대를 경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성호 사장과 안정호 사장의 부친인 안유수 회장은 국내 침대 산업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된다.
미군 부대에서 잡역부로 일하며 처음으로 침대를 접한 안유수 회장은 방송국에 기자재를 납품하면서 가구점에 자주 드나들게 됐다. 이후 큰 규모의 가구점에도 침대가 없는 것을 보고 ‘시장을 개척해 보자’라고 결심해 1963년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에이스침대 공업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안유수 회장이 에이스침대를 설립할 당시 국내에는 변변한 침대 스프링 제조 기술이나 기계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시 한국에서 스프링 침대를 제조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회를 엿본 안유수 회장은 스프링부터 프레임까지 모두 직접 개발해 제조공정을 만들기 시작했다. 1993년 안유수 회장은 에이스침대 침대 공학연구소를 설립하고 독자적인 침대 기술 개발에 힘쓰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에이스침대 공학연구소는 미국, 일본, 독일, 스페인, 스위스 등 세계 각국에서 첨단의 시험 설비들을 연구해 탄생한 세계적 수준의 연구소로 확인됐다.
이에 지난 2006년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국내 침대 업계 유일 국제 공인 시험 기관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에이스침대를 대표하는 슬로건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도 이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스 침대와 달리 시몬스는 안유수 회장이 지난 1993년 미국 시몬스의 한국 상표권을 인수해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사실상 에이스와 시몬스는 한집안 식구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안유수 창업주가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갈등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기업을 나눠 형제에게 맡긴 것이다”라는 시각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최근 형제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업계의 우려가 퍼지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시몬스가 침대 1위 자리를 빼앗으면서 에이스와 시몬스 간 경쟁이 과열된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공시 매출 기준으로 에이스를 처음 제친 시몬스는 올해 두 차례의 가격 인상과 할인 프로모션에 나섰고 에이스는 위탁 판매 방식이던 자코모 소파를 직매입으로 바꾸는 등 ‘숫자 끌어올리기’ 싸움에 돌입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형제간 1위 경쟁이 달아오르다 못해 진흙탕 싸움 수준”이라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경쟁이 과열될수록 매출 밀어 주기 관행도 경쟁적으로 펼쳐진다는 것이다.
이는 가구가 계약 시점과 배송 시점이 다른 데다 계약금만 받는 방식, 전액 납부 등이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밀어 주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내 대형 가구 브랜드 관계자는 “불경기일수록 1위 브랜드에만 몰리는 게 소비자 심리”라며 “특히 매트리스는 형제간 자존심 싸움으로 확전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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