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두 아들 살해한 뒤 남편이 남긴 ‘한 마디’… “아디오스, 잘 가” (‘스모킹 건’)

[TV리포트=양원모 기자] 아빠가 아닌 인두껍을 쓴 악마였다.

19일 밤 KBS 2TV ‘스모킹 건’에서는 2022년 발생한 광명 세 모자 살인 사건 범인 고씨의 끔찍한 실체가 공개됐다.

2022년 10월 25일 자정쯤. 한 남성이 흐느끼며 119로 전화를 걸어왔다. 잠깐 외출했다 돌아온 사이 아내와 두 아들이 칼에 찔린 채 사망해 있다는 것. 수화기 속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고씨였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외부인 침입 흔적이 없고, 아파트 폐쇄회로(CC) TV에서 고씨 의상이 외출 뒤 묘하게 달라져 있었던 점 등을 미뤄 고씨를 유력 용의자로 체포했다. 집 근처 공원에서는 흉기와 피 묻은 고씨의 옷이 발견됐다.

추궁 끝에 범행을 자백한 고씨. 그러나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8년간 기억을 잃었으며, 3개의 다른 인격이 내 안에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에 경찰은 통합 심리 분석을 진행, 고씨의 주장이 사실인지 검증했고 다중 인격 관련 질문에서 ‘거짓’ 반응이 나타난 걸 확인했다.

IQ가 125에 고교 시절 전교 1, 2등을 다툴 만큼 머리가 좋았던 고씨. 고씨와 직접 면담을 진행했던 방철 서울중앙지검 심리분석팀장은 “언어 구사 능력, 의사 소통 능력이 상당히 뛰어났던 걸로 기억된다”고 떠올렸다.

고씨는 정신 장애 위장을 가려내기 위한 검사에서 실제 정신 장애 질환을 앓는 환자보다 더 심각하고,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현모는 “정말 아주 극단적으로 증상이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거나, 심신 미약을 흉내내려고 일부러 이상한 행동을 꾸미고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재판이 끝날 때까지 다중 인격을 끝까지 주장한 고씨.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고씨의 거짓말을 입증할 결정적 스모킹 건이 발견됐다. 바로 큰아들의 휴대전화에서 30개의 녹음 파일이 발견된 것. 사건 발생 3주 전부터 녹음된 이 파일에는 범행 당시 고씨의 음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들에게 자신의 슬리퍼를 신고 갔다는 이유로 욕지거리를 퍼부은 고씨. 녹취 파일 중에는 큰아들이 직접 남긴 음성도 있었다. 큰아들은 “집에 들어가기 무섭다. 죽지는 않겠지”라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큰아들과 아내를 망치로 살해한 뒤, 샤워 중이던 작은아들까지 해한 고씨. 작은아들을 흉기로 내려치며 “아, 왜 이렇게 안 죽어”라고 혼잣말까지 한 고씨는 주방에서 흉기를 가져온 뒤 쓰러진 가족들을 향해 “아디오스, 잘 가”라고 말했다. 이지혜는 “제 정신에서 이렇게 말할 순 없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자식과 아내를 잔혹하게 죽이고 ‘아디오스’라고 인사하는 모습은 상식을 넘어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고씨에게 정신 문제가 있는 건 확실해보인다”며 “그러나 통합 심리 검사에서 보았듯 자신의 증상을 의도적으로 과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KBS 2TV ‘스모킹 건’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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