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직원 위해 도입했던 ‘7.4 제도’…지금은?
삼성 이건희 회장 4주기
7시 출근-4시 퇴근 도입
만류에도 방안 제시하며 강행
지난달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별세한 지 4년이 지난 가운데 과거 그가 직원들의 워라벨을 위해 도입했던 제도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는 최근 위기론이 국내외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삼성전자에 과거 이건희 회장이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시작으로 다가올 국제화 시대에 대비해 변화에 방점을 두고 신경영을 시작했던 행보에 관심을 둔 이들의 영향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시작으로 당시로서는 찾아볼 수 없던 독특한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 임직원들에게 ‘7.4 제도’를 도입한다고 선언했다.
‘7·4 제도’는 다름 아닌 오전 7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제도를 말한다. 해당 제도는 1993년부터 2002년까지 모든 계열사에 적용되어 9년 동안 이어졌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도입한 ‘7·4 제도’는 우리나라 기업사에 크나큰 의미를 지닌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당시 대부분의 직원이 ‘7·4 제도’의 도입을 반대했음에도 이건희 회장의 강행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7·4 제도’로 바꾸고자 했던 이유는 해가 쨍쨍한 오후 4시에 삼성 직원들이 퇴근하게 함으로 자기 계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건희 회장은 “뭐 하러 저녁 6시 넘어서까지 회사에 앉아 있나? 4~5시에 일과를 끝내고 운동을 하든 친구를 만나든 어학 공부를 하든 해봐라. 가족과 저녁을 일주일에 두 번 먹으면 자연히 가정적인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건희 회장은 스스로 ‘7·4 제도’를 시행한 것을 두고 “‘T자형 인재’를 키우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T자형 인재는 종합적 사고능력을 갖춘 인재를 의미한다. 이와 달리 한 가지 분야에만 정통하고 다른 분야는 모르는 사람은 I자형 인재로 통용된다.
다만, 이건희 회장의 생각과 달리 근무시간을 오전 7시~오후 4시로 변경하는 것은 기업 내부에서 작고 큰 반발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당시 인사를 담당했던 조영철 팀장은 “인천 사는 직원들은 아침 7시까지 수원공장에 가야 하는데 그 시간에는 지하철이 다니지 않아요. 공장은 또 어떻게 돌립니까”라며 난색을 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임직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건희 회장은 “회장인 내가 임직원들 생각 바꿔보겠다고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인사 팀장이 안 되는 이유만 늘어놓는가?”라며 도리어 호통을 쳤고,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350시간 임직원 간담회’를 열어 설득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9년 뒤 ‘7·4 제도’가 폐지되면서 일각에서는 ‘실패로 끝난 실험’이라며 비판적 평가가 등장하기도 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의 ‘7·4 제도’를 두고 한 전문가는 “이건희 회장이 ‘7·4 제도’를 강행한 것은 삼성이 솔선수범해 그 본보기를 보이고 뒤이어 국내 사회와 기업으로 확산한다면 그만큼 국내 경제에 필요한 T자형 인재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이는 결국 삼성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져 향후 10년 내 한국 경제가 ‘세계 톱 5’ 내에 들 수 있다는 이건희의 큰 그림”이라고 평가했다.
즉, ‘7·4 제도’의 본질적인 목적은 단순히 출퇴근 시간만을 바꾸는 것이 아닌 일하는 방식 자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있던 것이다. 덧붙여 여기에는 상사 등 권위주의 타파 개혁, 가정이 안정돼야 업무도 잘할 수 있다는 선진국들의 복지 경영, 자기 계발과 혁신에 힘쓰지 않으면 글로벌 시대에 뒤처진다는 인재 제일주의 중심 경영 등의 목적과 의지가 담겨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이건희 회장인 신경영을 선포하며 “변화해야 살아남는다”고 주창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최근 위기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이건희 정신’이라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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