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지름길로 불리던 ‘꿀보직’…이젠 너도나도 기피하죠”
해외 근무 희망 직원 ↓
보상적 측면 아쉬움 늘어
승진 꺼리는 직장인 ↑ 증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장인들 사이에서 너도나도 하려고 했던 해외 주재원이 ‘승진 지름길’로 불림과 동시에 많은 인기를 끌었던 것과 달리 현재 상황은 처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기업들이 해외 근무를 희망하는 임직원이 줄면서 주재원 선발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직장인 사이에서는 ‘의도적 승진 기피(conscious unbossing)’ 현상이 트렌드처럼 번지고 있다. 여기서 언보싱(unbossing)은 보스, 즉 중·상급 관리자로 승진하는 것을 꺼리거나 늦추는 경향을 일컫는다.
특히 21세기 노동 문화의 화두인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코로나 팬데믹 이후 확산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최소한의 노력만으로 영혼 없이 직장 생활을 이어가는 것)과 같은 맥락에 있는 용어다. 당초 해외 주재원은 대기업에서 승진의 지름길이라 불릴 정도로 필수 코스로 여겨졌다. 다만, 최근 들어 그 인기가 식으면서 기업들이 신시장 개척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과거 대부분의 해외 주재원 지원자들은 자녀의 교육을 위해 주재원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혼·저출산 등의 영향에 따라 주재원이 가지고 있던 이점이 불투명해졌다. 이어 대기업 주요 임원급에서도 주목받았던 ‘해외통’이 사실상 여행, 유학 등 해외 경험이 많아지면서 단순히 글로벌 경험을 쌓기 위해 해외 파견에 지원할 필요가 없어졌다.
여기에 보상적 측면에 대한 아쉬움 역시 악영향으로 작용했다. 과거 해외 주재원들이 해외 수당을 통해 내 집을 마련했다는 신화를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어지고 있는 고물가에 생활비와 교육비 부담이 커진 점 역시 해외 주재원 기피 현상을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 기업들은 필수 파견 인력을 최소화하고 현지 채용 비중을 늘리는 등 대응책을 모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에 따르면 일부 기업들이 당초 계획보다 현지 채용 비중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생산직은 현지서 채용하고 미국법인 헤드 오피스 근무자 상당수는 국내서 파견한 이들로 꾸리려 했지만, 지원자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더하여 2000년대 초반을 지나며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배우자의 경력 단절 우려로 주재원에 대한 인기가 식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자녀 교육을 위해 주재원으로 지원하는 이들은 현재까지 낮은 수준이지만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캐나다, 동남아 등의 주재원 수요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는 고교 1년을 포함해 3년 이상 해외에서 체류·수학하면 국내 대학 입시 때 재외국민 특별전형에 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프랑스, 인도와 같은 비영어권의 수요는 줄어들었다.
또한, 일부 기업들이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을 당시 국제학교의 학비 등 주재원의 각종 복지를 줄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재원 기피 현상은 심화했다.
한편, 취업 정보 플랫폼 잡코리아에서 2030 직장인 1,114명을 대상으로 “임원까지 승진하고 싶은가?”라는 주제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답변자의 과반이 “임원 승진 생각이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 승진을 원치 않는 이유로는 ‘책임지는 위치가 부담스럽다’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승진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워라밸이 불가능할 것 같아서’, ‘회사 생활을 오래 하고 싶지 않아서’ 등이 뒤를 이은 것으로 확인됐다.
MZ세대 사이에서 이러한 기조가 이어지면서 해외 주재원에 대한 선호도 역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해외주재원의 경우 최소 인원으로 운영돼 일은 일대로 힘들고, 본사에서는 쉬다 오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특히 주재원에 대한 수요가 줄자 일부 기업에서는 사실상 ‘강권’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기업이 해외 주재원의 수요를 높이기 위해서는 금전적 보상은 물론이고, 개인의 삶과 성장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