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 잘한다고 약속하면 집 해준다고 합니다.
집안 분위기가 많이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편입니다.
남자친구 아버님도 외아들이라 곱게 자라셨고, 어머님도 시집살이를 많이 겪었다 이야기로는 들었어요.
저는 교육행정직으로 근무 중이고, 남자친구는 공기업에 재직 중입니다. 제가 교사가 아니기때문에 직업적으로 남자친구가 더 낫다고 생각은 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모아놓은 돈도 비슷비슷하고 대출도 껴서 집도 구해야하니까 앞으로도 맞벌이 할 생각인데요.
얼마 전 남자친구 부모님을 처음 뵙고 왔습니다. 기분 좋게 식사하면서 집 이야기가 나와서 저희 둘 다 모은 돈을 합쳐도 얼마 되지 않아서 대출도 끼고, 앞으로 같이 벌면서 갚아나갈 계획이라고 말씀 드렸는데
어머님이 저보고 “결혼해서 내조 잘하겠다고 약속하면 집 한채 해주려고 한다.” 라고 하시더라고요…
저희가 알아본 아파트는 3억 정도인데, 5억짜리 아파트를 이미 알아보셨다며 전망이든 학군이든 마음에 들거라고. 단, 약속해야한대요. 내조에 힘쓰겠다고..
제가 그때부터는 음식도 안넘어가고 당황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조를 말씀하시는거냐 여쭈어보니 구구절절 이야기하시는데 기억나는대로 적어보자면
1. 아침밥 해먹이기
다른건 몰라도 출근 전에 밥은 먹여달래요
2. 집안일 강요하지 않기
남자들이 돈 벌어다 생활비도 주는데 화장실 청소, 분리수거 같은 집안일을 강요까지 하지 말래요
3. 주말에는 좀 쉬게 해라
평일에 야근도 잦은데 주말에 너무 끌고 나가려 하지 말고 피곤할때는 좀 쉬래요
4. 회식때는 터치 말아라
회식도 사회생활 중 일부인데 통금 정해놓고 집에서 도끼눈 뜨고 신랑만 기다리는 여자들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회식때는 내버려두래요
5. 운동을 좋아하니 닭가슴살이나 계란 요리는 다양하게 해주었으면 한다.. 칼로리 낮은 스리라차 소스 등을 이용해서;;
저도 듣다가 표정관리가 힘들어서 빤히 쳐다보기만 하니 어머님께서 별거 없지?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며…
이 자리가 끝난 뒤 남자친구는 엄마가 왜저러는지 모르겠다며 나중에는 자기가 단속 한다는데 하… 단속한다고 휘어잡히실 스타일도 아니고요.
남자친구 하나만 보고 결혼 다짐했는데 처음 어머님을 뵙고 나니 앞이 캄캄해집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 자격지심인지, 제 직업이 남편에 비해 본인 기준에 못미치니까 더 바라시는거 같아요.
가시밭길의 시작이니 그만하라는 하늘의 신호일까요..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