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비켜라” 혼다와 닛산이 생존 위해 내린 결단
혼다·닛산 합병 협상 돌입
테슬라와 중국 업체 경쟁 위해
두 회사 판매량 감소세 접어들어
현지 시각으로 지난 17일 일본의 2, 3위 자동차 제조업체인 혼다와 닛산이 합병 협상에 돌입한다고 밝힌 가운데 세계 3위 자동차 공룡의 탄생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이들은 지주회사를 설립해 각 브랜드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체제로 계약을 체결해 합병이 완료된다면 세계 3위 완성차 업체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기업결합(M&A)를 위한 협의에 돌입한 혼다와 닛산이 조만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지주회사 통합 비율 등 세부 사항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당초 닛산은 미쓰비시 자동차의 최대 주주로, 향후 미쓰비시 자동차도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합병 협상에 돌입한 3개 업체의 판매 차량 수를 합치면 연간 800만 대를 넘어서 토요타(1,123만 대), 폭스바겐 그룹(923만 대) 다음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혼다와 닛산은 지난 3월부터 협업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지난 8월 양사는 포괄적인 비즈니스 제휴를 하고 차량 내 소프트웨어 및 구성 요소의 공통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이번 합병을 통해 주요 전기차(EV) 구성 요소 및 차량 내 소프트웨어 공유와 배터리 공급에 대한 협력을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배터리와 관련해 상당한 자금을 투자한 혼다는 닛산에 탑재 배터리를 공급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당초 혼다는 하이브리드차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독자 기술을 보유해 이 부문에서 도요타에 이어 세계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더하여 현재 혼다는 제너럴모터스(GM)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닛산 역시 지난 2010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인 리프를 출시했고 이후 전기차 라인업을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로 확장한 바 있다.
이에 두 기업의 합병 배경에는 완성차 업체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즉, 세계적으로 내연기관 차량에서 EV로의 전환이 진행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기술력까지 갖춘 비야디(BYD)와 같은 신흥 전기차 업체들이 부상하면서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에서 일본 차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 24일까지 혼다의 중국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7% 감소했으며, 닛산 역시 누적 판매량이 1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창립자인 혼다 소이치 시절부터 엔진 개발에서 ‘자급자족의 원칙’을 이어온 혼다가 합병에 나선 것은 회사의 이례적인 정책 변화라고 풀이했다. 더하여 현재 닛산은 더딘 신차 개발 속도로 미국에서 수요가 많은 하이브리드(HV) 차량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닛산은 앞서 오랜 기간 갈등을 빚었던 프랑스 완성차 업체 르노와 2023년 자본 관계에 대한 검토를 완료했지만, 규모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는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경영부실이 이어지자, 닛산은 지난달 전 세계 생산 능력을 20% 감축하고 전체 인력의 10% 수준인 9,000명의 직원을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닛산의 경우 경쟁력 제고를 위해 혼다와의 심화한 관계가 필요한 것이다. 두 기업의 합병 협상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관련 보도에 대해 “협업을 포함해 지금 검토하고 있다”며 “그 외 가능성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으나 결정된 것은 없으며 공식으로 발표할 사실도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현대 완성차 제조업체에서 세계 3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혼다와 닛산이 합병될 경우 세계 4위 완성차 제조업체로 밀려나게 된다. 이에 현대기아차의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혼다·닛산과의 치열한 경쟁이 전망되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