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의 ‘가신’으로 불리던 남자…배신자 낙인찍힌 뒤 이렇게 살죠
현대그룹 이익치 전 회장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 연루
2022 ‘코로나 치료 껌’ 사기
한때 현대가의 3대 가신 중 한 명으로 꼽혔던 남자는 배신자라는 오명과 같은 낙인이 찍히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는 200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현대 비자금 사건의 주역인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다. 그는 어떻게 현대가의 가신에서 배신자로 전락했을까?
지난 1969년 경기고등학교와 서울상대를 졸업한 이익치는 현대건설에 입사해 처음으로 현대가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다. 당시 서울 상대 출신들이 대부분 한국은행에 입사했던 것과 달리 이례적으로 이익치는 현대그룹 입사를 택했다.
입사 이후 정주영 회장을 만난 이익치는 좋은 입담으로 그의 눈에 들었다. 정주영 회장이 이 시기 개인 비서를 뽑기 위해 신입사원들과 종종 점심을 함께했는데, 이익치가 여기서 그 기회를 잡게 된다. 정주영의 비서가 된 그는 정주영 회장을 롤모델로 삼으며 정주영 회장과 똑같이 행동하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벽 3시에 기상하는 정주영 회장을 따라 기상하는 것은 물론 하루 종일 정주영 회장의 뒤를 쫓았다. 다만, 정주영 회장의 개인 비서로 일한 지 3년이 되던 해 이익치는 정주영 회장에게 비서 일을 그만두고 현장 경영을 하고 싶다고 고백한다.
이에 정주영 회장은 현대 건설의 사장과 현대중공업의 사장을 그에게 맡겨, 이익치는 약 25년간 현대가의 일원으로 일하게 된다. 이에 그는 당시 현대그룹의 실세 중 한 명으로 꼽히며 현대증권의 회장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그의 신화는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되며 막을 내린다. 당초 현대그룹의 마지막 가신 3인방으로 불리던 그는 1969년 현대건설 입사 후 현대 엔진 전무, 현대중공업 전무, 현대해상 부사장 등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 요직을 거쳐 1996년 현대증권 대표이사 부사장직을 맡았다.
이후 현대증권에서 3년 만에 회장까지 승진한 그는 회장 시절인 1999년 주식형 펀드인 ‘바이코리아 펀드’를 출시해 초대박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 관리 아래에서 구조조정에 들어간 2000년 현대증권 회장에서 물러났다.
이와 함께 오랫동안 법정을 오간 이익치는 지난 2003년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주가 조작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현대증권과 이 회사 주주들이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에 따른 벌금과 소액주주 피해, 현대중공업에 제공한 불법 각서로 인한 피해 등을 배상하라”며 제기한 소송에도 휘말려 2010년 대법원으로부터 “400억 원을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다.
실제로 그가 현대 비자금 사건에 연루되면서 현대전자, 현대중공업, 현대증권이 얽히는 등 ‘현대가(家)의 분열과 쇠락의 주범이 다름 아닌 이익치’라는 오명이 쓰이기도 했다.
이에 그가 故 정주영 회장의 빈소에 들렀을 당시 현대그룹의 가족들은 “당신, 여기 왜 왔어?”라고 이익치를 향해 말하며 사실상 축객령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대북 송금 특검 수사 막판에 “정몽헌 의장 지시로 박지원 전 비서실장에게 1백50억 원의 CD(양도성예금증서)를 건넸다”는 이른바 ‘1백50억 비자금 조성설’을 폭로하면서, 정 의장이 자살하기 직전까지 검찰수사에 시달리게 만든 당사자가 다름 아닌 이익치이기 때문이다.
한때 바이 코리아 펀드를 앞세워 현대증권에만 약 11조 원의 자금을 끌어들인 이익치 회장은 ‘왕자의 난’의 주범으로 꼽히며 현대가의 배신자로 전락했다.
한편, 지난 2022년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은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있는 껌을 개발했다고 속여 투자금 수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아 불구속기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김해중)는 이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사기) 등으로 불구속기소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검찰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2020년 8월 “코로나19 치료 물질을 함유한 껌을 개발했다”고 속여 투자금 5억 원을 받아냈으며, 이렇게 챙긴 금액 중 1억 6,000만 원을 네 개 차명계좌로 쪼개 송금해 숨긴 혐의(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고 있다.
이후 수사팀이 이 전 회장의 사무실이 아무 인적·물적 기반이 없는 단기 공유 오피스라는 사실과 허위 내용이 담긴 사업계획서, “치료 물질 특허 신청을 마쳤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 등 범행을 입증할 만한 여러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현재까지 그의 혐의점에 대해서 공소가 됐는지 전해진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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