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업계에선 VIP보다 ‘VIB’ 잡기 위해 이렇게 합니다”
초저출산 시대 VIB 등장
고가 유아 프리미엄 소비
‘에잇 포켓’ 확장 ‘텐 포켓’ 현상
초저출산 문제로 앓고 있는 한국 사회에 ‘VIB’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VIB란 ‘매우 중요한 사람’인 VIP(Very Important Person)에서 본뜬 말로 ‘매우 중요한 아이(Very Important Baby)’를 뜻한다. ‘VIB족’은 자녀에게 많은 관심과 돈을 쓰는 부모로, 2010년대 이후 출생한 알파 세대를 자녀로 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부모가 중심이 된다.
28일 통계청은 ‘2023년 출생 통계’를 발표했다. 지난해 새로 태어난 아이는 23만 명으로 2022년보다 1만 9,200명(7.7%) 줄었다. 2022년과 비교했을 때 첫째 아이는 4.6% 줄었고, 둘째 아이는 11.4%가 줄었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인지 첫째 아이의 비중은 60.2%를 기록해 처음으로 60%대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고가 키즈 프리미엄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 아동의류 시장 규모는 ‘한국패션시장트렌드’ 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조 1,281억 원으로 2009년 8,470억 원보다 4,000억 원(33%) 증가했다. 국내 패션 시장 규모는 같은 기간 40조 원에서 45조 원으로 5조 원(12%) 증가했다. 둘을 비교해 봤을 때 아동의류 시장의 성장률이 높다. 급감하는 출생아 수에 비해 오히려 아동의류 시장은 성장한 것이다.
국내 백화점들은 VIB 부모를 끌어들이기 위해 유아 브랜드 입점을 늘리고 관련 콘텐츠 유치에 힘쓰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2021년 전체 아동 매출 신장률은 34.8%를 기록했지만, 아동 명품 매출 신장률은 88.5%에 육박했다.
현대백화점의 이러한 매출 신장률에 영향을 준 것은 지난해 압구정 본점에 프랑스 선보인 고가 상표 ‘베이비 디올’과 판교점에서 연 ‘펜디 유아’, ‘몽클레르 앙팡’ 매장이다. 신세계백화점 또한 비슷한 상황이다. 국내에 키즈명품을 가장 먼저 선보인 신세계백화점의 유아 명품 신장률은 2021년 29%, 2022년 24%, 2023년 15%다.
영유아식 시장은 성장하고, 영아식 시장 규모는 감소한 것 또한 VIB 부모의 소비를 보여준다. 분유 시장 규모는 2017년 4,314억 원에서 2022년 2,897억 원으로 32.8% 감소했다.
반면 간편 영유아식 시장 규모는 2015년 680억 원에서 2020년 1,671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2.4배 증가한 수치다. 집중해야 할 부분은 생산량이다. 영유아식의 생산량을 보면 2016년 6만 5,814톤(t)에서 작년 2만 8,934톤으로 56% 줄었지만, 매출 규모가 증가했다. 이는 프리미엄 제품의 수요가 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 식품업계는 고품질 유아식품에 대한 고객 수요가 증가한 것에 따라 품질 좋은 식재료로 만든 맞춤형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대상은 아이들이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을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인 ‘핑크퐁 아기상어’, ‘산리오 캐릭터즈’ 와 협업한 패키지로 디자인해 선보였다. 매일유업은 고온고압으로 멸균한 맘마밀 안심이유식·안심소스 등 10여 종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소아과 전문의의 영양 설계를 바탕으로 만들어 영양·발달 가이드 원칙 또한 적용됐다.
고가의 키즈소비 트렌드는 한국의 또 다른 문제점인 고령사회의 특징과도 관련이 있다. 정년 연장으로 경제력 있는 조부모가 늘면서 손자와 손녀를 위한 지출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열 개의 주머니가 있다는 의미의 ‘텐 포켓’ 현상도 고가의 유아 프리미엄 소비를 촉진한다.
한 명의 자녀를 위해 집안의 어른들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낸다는 의미의 ‘에잇 포켓(Eight pocket)’에 주변 지인들까지 아이를 위한 지출을 아끼지 않는 현상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이러한 소비 흐름에 대해 네티즌들은 “이왕이면 아이에게 좋은 것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다.”, “과시욕으로 보인다”라며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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