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상징’으로 불리던 대기업…”위기 맞은 뒤 이렇게 달라졌죠”
日 도시바 희망퇴직 신청
플래시 메모리 시장 2위
키옥시아 일본증시 데뷔 성공
지난달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일본의 회사 도시바 직원 3,000명이 조기퇴직(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최근 도시바가 일본 증시에 새로운 이름으로 상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달 29일 교도통신은 도시바 그룹 직원 3,000명 이상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도시바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현지 직원 4,000명 감원을 목표로 구조조정을 한다고 밝힌 것에 따른 행보다. 당초 1970~1980년대 ‘일본 반도체 5공주’로 불린 도시바는 경영난 전까지는 삼성전자에 이어 플래시 메모리 시장 점유율 2위 자리를 지킨 일본 반도체의 상징으로 꼽혔다.
다만, 지난 2017년 원자력발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의 실패로 경영 위기가 초래된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도시바가 경직된 조직문화와 파벌싸움에 매몰된 경영진 때문에 반도체 시장 변화를 읽지 못한 탓이 큰 것으로 평가했다.
이듬해 도시바는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핵심 부서였던 메모리 사업부를 도시바 메모리로 분사한 뒤 한국·미국·일본 투자 컨소시엄에 이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이후 도시바라는 이름을 버리고 키옥시아로 사명을 변경한 바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이 컨소시엄에 4조 원을 출자해 유명해졌다. 일본 증시 상장을 목표로 두고 있던 키옥시아는 도시바가 상장 폐지된 지 1년 만에 화려한 부활을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8일 세계 3위 낸드플래시 제조업체인 키옥시아홀딩스(옛 도시바메모리)는 일본 도쿄증시 프라임 마켓에 화려한 데뷔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키옥시아홀딩스가 이날 공모가 대비 10% 넘게 오르며 데뷔전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키옥시아홀딩스는 공모가 1,455엔 대비 10.4% 상승한 1,601엔에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는 회사가 기업공개(IPO) 때 제시한 공모가 희망밴드(1,390~1,520엔)의 상단을 크게 웃돌아 업계의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지난 2018년 분사한 키옥시아 홀딩스는 베인캐피털을 필두로 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이 56%, 도시바가 41%를 각각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하여 상장과 함께 주요 투자자인 베인캐피털이 보유 지분을 매각함에 따라 출자 비율은 56%에서 51%로 하락했으며, 도시바의 지분은 41%에서 32%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는 키옥시아의 주요 주주로 꼽히는 SK하이닉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플랜과 협력 관계 등을 놓고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에는 일부 엑시트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거나,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키옥시아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다만, 투자업계에서는 지분 매각보다는 ‘현상 유지’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키옥시아 지분 19%를 보유한 SK하이닉스는 그간 키옥시아의 저조한 실적으로 수년간 평가손실 부담을 떠안아 온 만큼 이를 매각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실제로 키옥시아는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낸드플래시 업황 침체로 SK하이닉스에 2022년 1조 882억 원, 지난해 1조 6,558억 원의 평가손실을 안긴 것으로 확인됐다.
더하여 현재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캐파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대규모 자금을 마련할 필요성도 높으므로 매각 가능성이 높게 평가됐다.
다만, 투자업계는 “SK하이닉스의 잉여현금흐름(FCF)이 양호한 가운데 키옥시아의 기업가치가 낮게 책정돼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가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현금 창출 여력이 있는 만큼, 향후 투자자산 가치가 높아지면 그때는 엑시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본 반도체의 상징으로 불리던 도시바의 메모리사업부는 키옥시아로 사명을 변경한 뒤 3수 끝에 상장에 성공했다.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영향으로 IPO 계획을 연기했으며, 올해 9월에 한 차례 더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현지 언론인 닛케이는 키옥시아가 반도체 불황 속 내년 이후 인공지능(AI)용 낸드플래시 수요가 강해질 것이란 전망에 힘입어 상장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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