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소득 전국 1위하던 부자도시…자영업 무너진 이유, 뭐길래
울산 지방 소멸 위기
매출 하락·상권 쇠퇴
인프라 개선 시급해
1990년대 말 울산에는 “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었다. 당시 울산의 조선 산업은 초호황기의 초입에 있었다. 수출 주도 3대 산업(자동차·조선·석유화학)이 호황을 맞아 성실하게 일하던 울산 시민들은 ‘눈 떠보니 부자’가 돼 있었다.
2017년까지 한국에서의 울산은 20년 동안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이렇게 경기가 좋았던 울산도 대한민국 여느 지방 도시처럼 지방 소멸 위기를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통계청은 2·4분기 울산의 소비가 전년 대비 13.2% 급락했다고 발표해 지역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수치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큰 소비 감소 폭을 기록한 것으로 울산은 경기 침체를 넘어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울산 중구 성남동 ‘젊음의 거리’는 한때 울산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삼산동으로 상권이 이동한 이후 쇠퇴하고 있다. 보세 거리는 44개 점포 중 15개가 폐업하거나 임대 중이다. 가게 주인들은 이커머스(e-commerce) 시장과의 경쟁에서 뒤처져 단골을 잃었다고 한다.
한 상인은 “온라인 쇼핑에 밀려 손님이 이전보다 확 줄었다. 주변 가게들이 문을 닫으면 남아 있는 가게들도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과거에는 성남동에 손님들이 옷을 사러 나왔다가 영화도 보고 밥도 먹는 식의 소비 패턴이 있었지만, 이제는 삼산동으로 옮겨갔다”라면서 지역 소비 침체를 토로했다.
울산 최대 번화가인 남구 삼산동은 활기를 띠고 있지만 대형 유통시설 중심으로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와 백화점 매출은 하락세를 기록하며 소비 침체를 반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4월 기준 울산 대형마트 매출은 18.3%, 백화점 매출은 7.7% 감소했다.
울산의 1인당 개인소득은 2,604만 9,000원으로 전국 평균(2,336만 8,000원)보다 높다. 하지만 정작 소비는 울산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2022년 기준 울산의 ‘지역 외 순수취 본원소득’은 18조 4,000억 원으로 최근 2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와 같은 소비 유출은 인구 감소 현상과 함께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2·4분기 동안 울산은 893명이 순유출됐다. 그로 인해 유지하고 있던 인구 110만 명 선이 붕괴했다. 인구 감소는 지역 내 소비 기반을 약화하는 원인이 되고, 이는 상권 침체를 가속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울산 지방정부는 상권 활성화를 위해 거리 조성과 테마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7년 7월 울산시와 중구청은 신세계 측이 혁신도시 복합 쇼핑몰 건축허가 신청을 거쳐 2025년에 착공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런데 2024년 현재까지 사업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다. 대형 유통업체의 복합쇼핑몰 설립 계획이 지연되면서 지역 내 소비 활성화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태에 대해 한국은행 울산본부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에 대비해 의료기관 확충이 필요하다”라며 “울산은 오락문화 소비 비중이 작고 소비 유출이 많은 상황으로 공공 체육시설 확충, 트렌드에 맞는 오락문화 콘텐츠 개발, 교통 인프라 개선 등을 통해 지역 내 소비를 유입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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