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늘어나는데도…” 믿었던 중국인 ‘큰손’ 떠나니 벌어진 일
신세계면세점 부산점 폐업
특허권 반납 협의 거쳐
중국인 단체관광객 감소 영향
최근 부산 시내에 위치한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이 실적 부진으로 폐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같은 면세점 폐업 움직임이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이다.
지난 6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신세계면세점이 지난해 12월 30일 협력업체에 부산점 폐점 계획을 통보했다”라고 토로했다. 이날 노조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은 정확한 폐점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이달 24일까지 근무 인원을 모두 철수시킬 수 있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은 오는 2026년까지 영업이 가능하도록 허가를 받은 상태였다.
이에 따라 특허권 반납을 위해서는 관계 기관과의 협의와 절차가 필요하지만,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 감소와 고환율 등으로 인한 면세업계의 불황이 이어지자 폐점을 결정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면세점의 운영사인 신세계디에프는 지난해 비상경영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며 긴축 경영에 돌입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부터는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부산점은 공항 면세점과 달리 시내에 위치한 특성상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은 입점 브랜드 수가 줄어들면서 지난해 11월에는 영업 면적을 약 25% 축소했으며, 희망퇴직 지원자 증가로 연말부터 주 7일 영업을 주 5일로 단축하는 등 운영 축소가 이어진 상황이다.
이에 노조는 7일 오전 신세계면세점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용 책임을 촉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노조는 “직고용 직원들에게는 희망퇴직을 시행했으나,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는 명확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 책임을 다할 것을 주장했다. 면세점 업계의 불황은 신세계 그룹만의 일이 아니다.
롯데면세점 역시 면세 불황이라는 위기에 봉착해 지난해 6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으며, 8월에는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즉, 면세업계 전반이 고환율, 글로벌 경기 침체, 관광 소비 변화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 19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인 지난 2019년 서울 시내에만 13개의 면세점이 있었으나, 지난해 서울 시내 면세점은 8개까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공항이 아니라 시내에 면세점이 10개가 넘는 도시는 세계적으로 서울이 유리했으나 이 타이틀을 놓친 것이다.
더하여 전국 기준 면세점 추이는 지난 2019년 22개에서 현재 16개로 감소한 바 있다. 이번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의 폐점을 기준으로 약 6년 사이 줄어든 면세점만 6곳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줄어든 것에 따른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중국이 ‘사드 보복’에 나서 한국 단체관광 상품을 없애자 중소·신생 면세점부터 본격적인 타격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2019년 서울 여의도 63 빌딩 면세점의 영업을 종료했으며, 이듬해 두타면세점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하여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관광객이 대폭 줄어들자 면세점의 영업을 멈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로 물밀듯이 들어오며 국내 관광 시장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 단체 관광을 선호했던 중국인들이 버스·지하철로 움직이는 ‘개별’ 관광을 즐기기 시작하며 ‘큰손’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면세점 이용객 수는 2,614만 3,496명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31.3%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같은 기간 외국인 이용객은 857만 9,640명으로 59.4% 증가해 내국인 이용객 수 증가율(20.9%)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매출 증가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면세점 매출이 12조 9,6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늘어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덧붙여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매출액이 10조 1,01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8% 증가하는 미미한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면세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비상경영 전략을 택한 가운데 향후 외국인 관광 수요의 증가로 면세업계가 다시 호황을 맞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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