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어릴때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 감독은 누구임?
14살의 에거스가 있다 치면
누구 또는 어떤 작품을 지독하게 팠음?
로버트 에거스:
일단 팀 버튼 인데
아니 좀 미친게
최근에 비행기 타고 어디 가다가
기내에서 우연히 배트맨 리턴즈를 봤단 말이야
근데 그 영화가 찐으로 눈 내리는 고딕 그 자체 인거임 ㅋㅋㅋ
보다가 진심 충격 받았을 정도로
내가 찍은 노스페라투 하고 분위기가 거의 비슷하드라
사실 촬영 하면서는 막상 전혀
떠올린적도 없는 작품 이였거든?
근데 주인공들이며 웨인 저택 같은 전체적인 감성이
내 영화 하고 별반 다르지가 않아서 흥미로웠음
또 내가 워낙 세익스피어 씹덕 이다 보니까
케네스 브래너 작품들에도 깊게 빠졌었고
테리 길리엄도 빠뜨릴 수 없제
이 양반만의 독특한 어쩌면 기괴한 특유의 감각을 좋아함
피셔 킹 같은 영화 말이지
기:
12 몽키즈의 그 미칠듯이 우울한 결말 감성 같은거?
로:
안 그래도 내가 촬영 하다가 마음 좀 가라앉히고 싶을때
찾아 보는게 12 몽키즈 촬영 다큐멘터리임
기:
그 햄스터 쳇바퀴 나오는거?
(정확한 타이밍에 햄스터가 쳇바퀴 타는 1초도 안 되는
장면 찍을려고 촬영 올스탑 하고 하루 종일 대기 했던 사건)
로:
어 ㅋㅋㅋ
그거랑 뭐 로스트 인 라 만차
하트 오브 다크니스 같은
촬영 비하인드 다큐 보다 보면
내가 지금 처해 있는 촬영 현장 상황 정도면 별거 아니다
하고 마음을 고쳐 먹게 됨
기:
그러고보니까 영화 메이킹을 엄청 찾아 본다고 들었어
로:
내가 어디 영화 학교를 나온것도
아니고 그래서 비록 수박 겉핧기 정도겠지만
그런 제작 촬영 현장 수시로 일시 정지 해가면서
상세 하게 보면서 나름 이런저런걸 배웠지
기:
더 위치 전에는 어떻게 지낸거야 그럼?
그전에도 계속 영화계 커리어를 가지고 살았던거임?
로:
의상팀 소품팀 같은 곳에서 일하면서
푼돈으로 간신히 먹고 살았어 (meager living)
아주 작은 소공연장 연극 무대에 서거나
춤 공연 한 적도 있고 제작팀에서 노가다도 했음
그렇게 살다가 20대 후반 되서야
나 보다 훨씬 성공한 어떤 디자이너의 비서가 되면서
드디어 벌이에 그나마 조금의 여유가 생겼고
그때서부터 각본 쓰는데 시간을 쓸 수 있었음
영화 만드는거 만큼은 아니지만
그 당시에 했던 일들도 꽤 재밌었고 배운게 많아
기:
대놓고 노스맨 찍는게
너무 괴로웠다고 항상 말해왔는데?
뭐 어떤 부분이 니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그렇게 힘들었음?
로:
대단한 기회를 받은거지만
우선 엄청나게 규모가 커졌어
나뿐만 아니라 이 영화의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갑자기 판이 확 커진거지
그러다 보니까 그 거대함 속에 익사 하지 않고
발버둥 치면서 원래 하던 우리 방식대로
해낼려고 많이 노력 했었음
물론 이해는 해
그 정도의 돈이 들어 갔으니 온갖 카메라 여러대
가져와서 엄청 찍어야 하는거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뭐랄까
그런 규모에 압도가 되는 느낌이였다고 해야 하나
반면에 노스페라투 같은 경우는
물론 이것도 규모가 나름 있는 영화긴 하지만
하지만 제작비가 막 엄청 들어 갔거나
전투 장면이 있거나 하지는 않잖아?
이런 환경이 훨씬 날 마음 편하게 해
노스맨 찍을때 처럼
나 좀 살려줘!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거야
근데 다시 말하지만
이제는 그때의 상황을 이해해
비록 내가 노스맨 편집 과정에 있어서
공개적으로 엄청나게
불평 했었지만 (whinging) 지금은 그랬던게 후회가 됨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 인건데
내가 자꾸만 찡얼 거렸던거야
미안합니다
우는 소리 그만 하고 철 들게요 뭐 그런거지
아무튼 그 당시에는 이런저런 압박감이 심했어
하지만 노스페라투는 내가 완전히 전권을
가지고 촬영 하니까 훨씬 더 찍는게 즐겁달까?
예 들어 이런거야
아침 9시에 프로듀서 사무실에 가서
“저기 나도 지금 촬영 일정이 예정 보다
길어 지고 있다는건 아는데 그래도
이거 아무래도 이 장면은 다시 찍는게 맞을거 같아”
“하 그거 아찔한 소리긴 한데 일단 어떻게
어떤식으로든 방법은 한번 찾아봅시다”
전폭적인 지원이 있으니까 아주 좋드만
기:
왜 드라큘라가 아니라 노스페라투를 고른거임?
로:
당연히 소설도 좋아하지만 너무 ‘빅토리아’ 느낌이 많아
무르나우는 그걸 내 생각엔 아주 단순한
한편의 동화 처럼 각색을 해냈다고 보는데
사실 스토커의 원작 소설이 그렇게 오랫동안
여러 방식으로 구현 될 수 있었던건
소설이 가진 그 동화적 단순함 덕분이라고 봐
무르나우 버전 노스페라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어떤거냐면
여자 주인공이 영웅이 되면서 끝난다는거임
공인중개사의 시점으로 보는 이야기 보다
여자 주인공의 시선으로 풀어가는게
더 감정적이고 심리적으로 복잡한 재미가 있을거 같았음
왜냐?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공포 영화야
점프 스케어도 있고 음침 하고 고딕 이지
하지만 동시에
사랑과 집착에 관한 작품 이기도 하거든
일단 나 부터가
‘애정을 받지 못 하는 안티 히어로 뱀파이어’
이거에는 더이상 흥미가 없음
기:
요즘 나온 작품들도 보긴 함?
로:
솔직히 아직도 고전 영화들 처럼
날 미치게 만드는건 없어
새로운 옛날 작품들 찾고 보는데 시간 제일 많이 써
그래도 최근 영화들 나름 꽤 봤음
저기 뭐냐
서브스턴스 아노라 브루탈리스트
다 아주 훌륭한 작품들 이였고
공포 영화들 이라면 아무리 사소하고
쓰레기 같은것들 이라도 다 챙겨 봤어
개인적으로는
바늘을 든 소녀가 진짜 개지렸는데
너무 저평가 심한 것 같네
기:
차기작?
로:
각본은 많이 써놨고 아이디어도 많은데
투자자나 제작사가 어떤거에 가장
입맛을 다시는냐에 달렸지 뭐
난 원래 라스푸틴 소재로 준비 할려고 했었는데
알다시피 상황이 안 좋아서
러시아 현지 촬영이 힘들테니 당장은 힘들거고
아직은 확실히 잘 모르겠어
일단 지켜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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