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놓고 피 튀기게 싸운 ‘형제의 난’ 벌어졌던 회사들, 지금은…
삼성그룹 이건희·이맹희 경쟁
현대그룹 정몽구·정몽헌 싸움
롯데그룹 신동빈·신동주 구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꼽히는 기업집단들 대부분이 가족 경영 체제를 이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과거 피 튀기는 경쟁을 통해 경영권을 거머쥔 이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는 세습의 성향이 강한 기업 중 기업의 회장이 별세하거나 퇴임하여 그 자식들이 경영권을 두고 권력 투쟁을 한 ‘형제의 난’으로 통칭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중 피 튀기는 치열한 경쟁을 벌인 회사는 어디가 있을까? 재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그룹의 승계는 ‘장자 승계의 원칙’을 따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장자 승계의 원칙이 무너졌을 때 형제의 난과 같은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삼성그룹의 이맹희와 이병철의 싸움이 있다. 당초 삼성가의 장남으로 꼽혔던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은 ‘비운의 삼성가 장남’으로 불린다. 이는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과 그의 사이가 좋지 않았을뿐더러, 이건희 회장에게 물려준 그룹의 경영권 역시 원래대로라면 이맹희 회장의 차지였기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당초 이병철 회장은 이맹희 회장에게 그룹의 경영권을 물려주려고 했으나, 이른바 ‘한비 사건(한국비료 사카린 밀수 사건)을 기점으로 이병철 회장의 눈 밖에 나게 됐다.
이후 1987년 호암이 별세한 직후 삼성은 급속도로 승계가 이뤄졌고 경영권은 결국 이맹희 회장이 아닌 이병철 회장이 가지게 됐다. 재계에 따르면 당시 이맹희 회장은 한비 사건 투서의 주범으로 몰려 이병철 회장과 사이가 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병철 창업 회장은 자서전인 호암자전을 통해 이맹희 회장이 6개월간 그룹 경영을 맡았다가 혼란에 빠지자 자진해서 물러났다고 기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형제의 난을 벌인 기업에는 굴지의 대기업으로 꼽히는 현대그룹도 있다. 이들의 경영권 다툼은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불리며, 현대그룹의 경영권 계승을 둘러싸고 장남 정몽구와 4남 정몽헌이 치열한 다툼을 벌인 사건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사건으로 인해 한때 재계 1위에 등극했던 현대그룹이 여러 계열사로 나누어지게 됐다. 지난 2000년 정주영 회장의 장남인 정몽구 당시 현대그룹 공동 회장과 4남인 정몽헌 당시 현대그룹 공동 회장은 그룹의 패권을 놓고 다퉜다. 이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이 정몽헌 회장이 출장 간 사이 그의 최측근이었던 이익치 현대증권 전 회장을 고려산업개발로 전보시키며 촉발됐다.
당초 정몽구 회장이 현대그룹의 자동차 부문을, 정몽헌 회장이 건설과 전자 부문을 각각 경영할 생각이었으나, 자동차만으로 향후 성장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었던 정몽구 회장 측이 정몽헌 회장을 견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어진 싸움 끝에 정주영 회장이 현대 경영자협의회를 통해 ‘정몽헌 단독 회장 체제’를 공식 승인하면서 왕자의 난은 정몽헌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에 정몽구 회장은 같은 해 8월 현대자동차와 기타 자동차 관련 계열사를 가지고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를 실시했다. 4남의 승리로 끝난 현대가 왕자의 난은 사실상 정몽구 회장의 승리로 귀결됐다.
이는 정몽헌 회장이 이끌었던 기업이자 현대그룹의 모기업인 현대건설이 부도를 맞고 휘청거리다 결국 채권단의 손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더하여 이 시기 현대전자도 빚을 지고 채권단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결국 매물로 나온 현대건설을 장남 정몽구 회장의 현대자동차 그룹이 인수하며 사실상 현대가의 핵심 사업을 정몽구 회장이 차지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형제의 난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롯데그룹이 있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창업 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다툼을 벌인 것이다. 당초 신격호 창업 회장은 장남 신동주에게 일본 롯데를, 차남 신동빈에게 한국 롯데를 물려주는 쪽으로 경영권 승계 방향을 정했다.
다만, 당시 롯데그룹의 지분 구조가 심각하게 꼬여있어 적극적인 경영권 승계에 나서지 못했다. 이에 롯데그룹은 경영권 분쟁 당시 신격호 회장이 경영권을 갖고 롯데그룹에서 두 아들이 회장직을 맡는 구조로 운영되었다. 롯데그룹의 본격적인 형제의 난은 2015년부터 시작됐다.
이는 장남인 신동주 일본 롯데 부회장이 그룹의 모든 보직에서 갑작스럽게 해임당했기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신격호 회장의 뜻으로 인해 승계 구도가 신동빈 회장 쪽에 치우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신동주 전 부회장은 경국 한국 롯데 상장사의 지분을 정리한 뒤 롯데그룹에서 떠났다. 이는 지난 2022년의 일로 당시 롯데지주 우선주 보유분인 3만 4,962주를 모두 매각하며 형제의 난을 벌인지 7년 만에 그룹에서 완전한 독립을 선언했다.
다만,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승계를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는 그가 지난 2015년부터 매년 롯데 홀딩스의 주주총회에 등장해 신동빈 회장의 해임과 자신의 이사직 복귀를 시도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최근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 성장실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사내 이사진에 합류하면서 신동빈 체제가 더욱 굳건해졌기 때문이다.
한편, 경영권을 두고 가족끼리 노골적으로 다툰 사례는 국내 대기업에서 빈번하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가족 간 경영권 다툼이 있는 기업은 현대, 롯데, 삼성 외에도 LG그룹, 한미약품, 아워홈 등이 있다. 특히 이러한 경영권 다툼의 불씨가 지펴지면서 재계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