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오요안나 비극…그들은 여전히 카메라 앞에서 웃고 있다 [리폿@VIEW]
[TV리포트=권길여 기자] 전 MBC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의 안타까운 죽음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유족이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방송사 내부 문화와 조직의 책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정작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여전히 아무 일 없다는 듯 방송을 이어가고 있으며, MBC는 뒤늦게야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고인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반성해야 하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기상캐스터는 방송사의 얼굴이지만, 정규직 아나운서나 기자와는 달리 비정규직 신분인 경우가 많다. 업무 강도는 높지만 처우는 열악하고, 내부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한 대우나 괴롭힘에 대해서도 쉽게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다.
故 오요안나 역시 동료 기상캐스터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족은 그가 직장에서 폭언 및 부당 지시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MBC는 故 오요안나의 사망 이후 한동안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다가,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미 고인은 세상을 떠났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가해자로 지목된 일부 동료 기상캐스터가 여전히 별다른 조치 없이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유족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직장 내 갈등이 아니라 조직 차원의 책임 방기가 아닐 수 없다.
이전에도 연예계, 스포츠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그제야 사회적 관심이 쏟아지고, 해당 조직은 형식적인 조사를 진행하지만, 결국 가해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피해자가 떠난 후에야 문제를 바라보는가?”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직장 내 괴롭힘, 특히 방송계와 같은 폐쇄적인 조직 문화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행위를 얼마나 방관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건이 은폐되거나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조사와 처벌이 유명무실한 상황에서는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언론사는 공정성과 윤리를 강조하는 곳이지만,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유독 관대하다. 특히 방송국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계약직, 비정규직 근로자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MBC뿐만 아니라 모든 방송사가 조직 문화를 점검하고, 내부 인권 보호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이슈가 발생하면 한동안 관심이 쏠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는 꾸준한 감시와 관심에서 시작된다. 언론은 단순한 사건 보도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가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어떤 구조적 문제가 있었는지를 심층적으로 조명해야 한다.
故 오요안나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다. 우리가 바꾸지 못한 사회적 구조와 방관의 문화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또 다른 사건으로 묻혀버린다면,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다.
또한 이 같은 상황은 단순히 한 방송사의 문제가 아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한국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피해자는 호소할 곳조차 없이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피해자가 떠난 후에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또 다른 오요안나를 잃어서는 안 된다.
권길여 기자 gygwon@tvreport.co.kr / 사진= MBC뉴스, ‘오늘비와?’, 故오요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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