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I 주의) 난 히타가 정말 좋았음
사진 갤러리보다가 히타 여행 사진 보인김에 추억팔이좀 해보려구
미리말하자면 나는 일본여행 자주 다닌 편은 아니긴함 ㅜ
그래도 내가 가본 곳 중에선 가장 길게 기억에 남은 곳이 히타라서 ㅋㅋ
작년 5월 중순이었음! 딱 여행하기 좋은 날씨 (개백수여서 시간 비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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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마리아 히타구답게 어딜가나 진격의 거인 캐릭터를 찾아볼 수 있음
근데 사실 진격거때문에 간건 아니었고, 가기로 마음 먹었는데 알아보니 진격거 성지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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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풍경이 청량해서 너무 좋았음
하카타에서 버스타고 올 사람들은 꼭 자전거 대여 포함된 버스티켓을 사는걸 추천!
왕복 5000엔인가에 16시까지 자전거를 빌릴 수 있었음
어차피 마메다마치 상점가는 두시간이면 충분히 보기 때문에 (그리고 16시면 슬슬 상점가들 정리하더라구)
천천히 둘러보고 자전거로 발닿는 대로 가보자고 마음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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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역, 버스터미널에서 마메다마치까지는 어느정도 떨어져 있음 도보 15분정도?
자전거를 추천하는 이유기도 한데, 날씨 맑을때 이렇게 동네 구경하면서 자전거를 타면 어느정도 현지인들의 생활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어서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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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사진은 잘못찍음 ㅈㅅ)
유명하다고 하는 우나기동 집..
이른 점심이었는데 한국인 가족들이랑 중국인 여행객들이 네다섯팀 웨이팅 중이었음
인기가 많긴 한듯…
맛있긴 했어 부드러웠고 특히 같이 마신 에비스 맥주가 정말 좋았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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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치즈 롤케이크가 맛있던 카페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는데, 대놓고 찍기가 뭐해서 음식만 살짝 찍었음
창밖으로 거리 구경하면서 먹었는데, 여긴 추천 추천 (히타 롤케이크 검색하면 나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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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에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가, 마메다마치를 벗어나서 발닿는대로 자전거로 움직임
도로 따라서 무슨 카페라도 있을까 했는데 진짜 주택이랑 공장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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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반대쪽, 강가쪽으로 가는 길로 가봤는데 거긴 이것저것 많더라고
꽃집도 있었고 옷가게도 있었음
이건 동네 옷가게 마스코트 강아지였는데 엄청크고 귀여웠음
아기 옷가게라 내가 살것은 없었지만…
자전거 반납하고, 나는 히타에 숙소를 잡아서 대충 주변 식당에서 저녁 먹고 쉬려고 했었음
저녁시간대엔 마메다마치는 전부 문을 닫아서 사실 히타 주변에는 뭐 볼 게 없었음
그래서인지 관광객도 다 빠지고 거리에는 아무도 없더라
오히려 걸어다니면서 거리 구석구석 보기엔 좋긴했음 ㅋㅋ
마메다마치 반대쪽 사람들 사는 곳쪽으로 걸어다니면서 구글맵으로 음식점 찾아봤는데, 구라가 아니고 1시간 동안 음식점 네 다섯군데를 찾아갔는데 다 문을 닫았더라고
그래서 배도 고프고 그냥 주변에 보이는 음식점 아무데나 들어갔음 지금 생각해보면 운이 참 좋았던 거 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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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데나 들어갔더니 교자 집이었는데, 메뉴는 딱 교자 하나
범상치않은 기운의 장발 사장님이 하루종일 교자를 굽고 계심…
카운터석 끝에 앉아서 간단하게 사장님이랑 얘기했는데, 교자만 몇십년을 하셨다고 하더라고
하이볼이 꿀떡꿀떡 넘어가는 마성의 맛이었다
그렇게 간단한 대화와 함께 교자를 먹고 있는데,
한 인상좋은 아저씨가 들어와서 카운터석 반대쪽 끝에 앉으심
능숙하게 주문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니 단골 손님인가보다 했지 (사실 그 가게 손님중 단골이 아닌건 나뿐이긴했어)
근데 웬 젊은 학생이 혼자서 술마시고 있는게 신기하셨는지 나한테 말을 거시더라고
여행온거냐
혼자 왔냐
어디서 왔냐
히타는 어떻게 온거냐
내 부족한 일본어 실력으로 손짓발짓 섞으며 대화하다보니 아저씨가 그냥 내 옆자리로 성큼 옮기심!
사실 나도 대화가 고프긴했지만 먼저 말을 걸진 않는데… 이렇게 다가와주시니 1차감동
아저씨 입장에서도 꽤 드문 경험이셨나봄… 외국인이 자기 단골 가게에서 술마시고 있으니 신기했나 ㅋㅋ
진짜 옆에서 별의별 얘기를 다 들음
우리 뒤에서 술마시고 있는 사람은 시의원인가? 아무튼 지역 유지 아들이고… 교자집 사장님은 어머니 가게를 이은 2대째 사장이고…
얘기하다가 내가 먼저 시킨 교자랑 술을 다먹어서 하나 추가로 시키니까 그 아저씨가 사장님한테 막 머라머라 말하는데
내 2n년간 눈칫밥으로 보거니 이건 분명 본인이 사시겠다는 내용이었음
근데 ㅅㅂ 만약에 “아유 아닙니다 제가 먹는건데 제가 내야죠” 이랬는데 아저씨가 그런 말한게 아니면 어쩌지
속으로 전나 고민하다가 아유 아닙니다 했는데
오미아게데스까라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사주시겠다고 하는거임… 여기서 히타 인심 사이코~ 하면서 2차감동..
그렇게 머리박으면서 잘먹겠다 하면서 이야기하다가
아저씨가 일본 노래방을 가봤냐는거임
그래서 가라오케 가봤다 하니까
일반 가라오케말고 술을 마시는 노래방이 있다대?
그때 나는 스낵 이라는 노래방 종류를 아예 몰라서 먼소리인지 잘 못알아 들었음…
(스낵은 바에 노래방 기계를 하나 달아서
술 마시러 온 손님들끼리 다같이 노래부르고 노래듣고 하는 그런 곳이더라고)
아무튼 아저씨가 “자기 단골인 노래방이 있는데, 거기 학생을 한번 2차로 데려가주고 싶다~” 이러시더라고
여기서 존나고민했지 ㅋㅋ
물론 사람좋아보이는 아저씨긴했지만
어느정도 취해있었고 아저씨가 단골인 노래방이라고 하니… 약간 편견을 가지게 되더라고? 막 드라마에서 보이는 아가씨들이 술따라 주는 그런 곳은 아닐지…
그래서 내가 고민을 하고 있었음
근데 아저씨가 “에미짱 이라는 할머니가 혼자서 40년째 운영하시는 곳이다” 이러니까
아 이상한 곳은 아니겠구나
바로 나갔지
스낵에 가니까 너무 맘에 들었음ㅋㅋ (아래 사진 찍었어)
그때가 5월 평일이기도 했고 목요일이었어서 관광객은 고사하고 주변 단골들도 안오시더라고
그래서 에미짱 (주인 할머니), 아저씨, 나 셋이서 거의 1시간 반? 2시간? 같이 술마심
거기서 일본 술 웬만한거 다마셔본듯
내가 느끼기에도 개취했는데 대화가 오히려 잘됨 ㅋㅋ
최고의 번역기는 술이라는걸 그때 느꼈다
한창 얘기하다가 노래한곡 하라고 해서
하 노래 진짜 못하는데 하면서 한두번 빼다가 못이기는척 한곡 부름
에이토 – 향수… 가사 까먹었는데 같이 불러주더라 ㅋㅋ
그렇게 또 재밌게 얘기하다보니 단골 아저씨 한분이 들어오심
교자 아저씨랑 뒤에 들어오신 아저씨는 술집에서 자주 만나는 친구인 모양이더라고
자연스럽게 같이 껴서 또 술마심 ㅋㅋㅋㅋ
그렇게 거의 3시간동안 술마시고 슬슬 나가야지 할때
내가 개 꼬인 혀로 잇쇼니… 샤신 톳떼모 이인데스까
그래서 같이 셀카도 찍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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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오른쪽이 나, 그 옆이 교자아저씨, 그 뒤에가 스낵단골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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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갈때 할머니가 자기 명함을 주셨는데,
아저씨가 “헤에? 단골한테도 안주는 명함인데??!!”
하면서 ㅈㄴ 띄워줌 ㅋㅋ
그러고는 교자 아저씨가 자기는 히타 시청에서 일한다고, 이름 명함 뒤에다가 써주더라
성이 특이해서 시청에 전화하면 자기밖에 없을거라고, 꼭 다시 와달라고 하면서 나 숙소까지 데려다 줬음
글쓰면서 오랜만에 다시 되새겨봤는데, 진짜 너무 좋았던 추억임…
굳이 히타가 아니더라도 조그만한 소도시 관광지를 갈 일이 있다면, 또 시간이 남거나 한다면 1박한번 해보는것도 좋을 것 같아
꼭 이런 사람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담장에 적힌 낙서, 선거 포스터, 들꽃 같은 것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참 좋았음
안전한 낯설음? 우리나라랑 비슷하지만서도 어딘가 다르고, 말이 크게 안통하더라도 엄청 위험하진 않은 그런 경험 속에서 나는 일본 여행의 매력을 느끼는 듯 ㅎㅎ
말이 길었네 히타 꼭 한번 다녀와봐~~!
출처: 일본여행 – 관동이외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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