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떠난다던 사직 전공의” 다 어디로 몰렸나 했더니…‘반전’ 결과
‘일반의’로 병의원 재취업
‘동네의원’ 박봉에도 근무 지속
‘소송 리스크’ 문제 해결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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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에서 사직한 전공의들이 미국행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제시된 가운데 실제 사직한 전공의들의 절반 이상이 ‘일반의’로 재취업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 10명 중 5명 이상이 일반의로 의료기관에 재취업한 것이다.
지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기준 수련병원에서 사직했거나 임용을 포기한 레지던트 9,222명 중 5,176명(56.1%)이 의료기관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절반 이상은 다시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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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부는 지난해 6월 전공의들이 복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바 있다.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철회에 따라 사직서 수리가 된 전공의들은 일반의로 의료기관에 자유롭게 재취업할 수 있었다.
특히 전공의들이 재취업한 의료기관은 5,176명 중 58.4%인 3,023명이 의원급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사직 전공의들이 취직한 의원급 병원을 과별로 보면 내과 382명(12.6%), 산부인과 80명(2.6%), 소아청소년과 45명(1.5%), 외과 35명(1.2%)으로 확인됐다. 다만, 필수 의료과에 재취업한 사직 전공의는 542명으로 의원급에 취직한 전체 전공의 3,023명의 17.9%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같은 의원급이라도 정형외과 254명(8.4%), 안과 215명(7.1%), 이비인후과 229명(7.6%), 피부과 206명(6.8%) 등 인기과는 재취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부분을 차지했다. 여기에 지역 쏠림 현상 역시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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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의원급 재취업한 사직 전공의 3,023명 중 33.0%인 998명은 서울에서 일했으며. 경기권 재취업도 27.4%(827명)로 수도권이 60.4%를 기록했다. 이어 부산(152명), 대구(108명), 인천(205명), 광주(59명), 대전(110명), 울산(27명) 등 광역시 근무자 비중은 21.9% 수준으로 파악됐다.
즉, 사직 전공의 82.3%가 대도시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외에도 상급종합병원에 재취업한 전공의는 88명, 병원 815명, 요양병원 383명. 정신병원 42명, 치과 4명, 한방병원 58명 등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김선민 의원은 “의원급으로 취직한 사직 전공의 대부분이 필수 의료가 아닌 일반의, 피부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을 택했다”라면서 “사직 전공의 대부분 서울, 수도권에 취직하는 등 이런 사태가 길어질 때 필수 의료뿐 아니라 지역의료도 붕괴할 수 있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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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사직 이후 재취업에 성공한 사직 전공의 A 씨는 “일이 어렵지 않고 당직이나 야근이 없어 편하다”라며 “3년 정도 시술ㆍ운영 노하우를 배워서 개원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개원한 선배 의사가 전문의나 교수들보다 큰돈을 버는 걸 눈으로 봤다고 언급하며 개원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일반의로 개원한 의사 중 전문의나 교수보다 돈을 더 잘 버는 의사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A 씨는 “박봉이라는 전공의 급여보다 적은 급여를 받지만, 개원 준비 과정이라 생각하고 감수하기로 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이들이 한꺼번에 개원가로 쏟아지면서 급여 수준 역시 급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한 사직 전공의는 “시세가 반토막까지 떨어졌다”라며 “대부분 경력이 없으니까 그렇게 불러도 서로 가려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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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사직 전공의 중 이른바 ‘필수 의료’로 불리는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은 수련에 복귀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히는 쪽으로 여론이 잡힌 상황이다. 이는 수련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수련을 재개할 마음이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실제로 이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소송 리스크‘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추측됐다.
이는 환자 치료 결과가 나쁘면 병원 또는 의사가 법적 책임을 지는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 사직 전공의는 “응급실에서 ‘혹시나 소송을 당하면 어쩌나’하며 전전긍긍할 바에야 (그런 걱정 없는) 병의원에서 일하거나 다른 전공을 택하는 것이 낫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 이경원 교수(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는 의료진의 소송 리스크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응급의료 분야에서 형사 처벌 면제, 민사 배상액 최고액 제한과 같은 법률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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