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후손들, 환수는커녕 상속 다툼? 정부는 왜 손 놓았나 봤더니…”
이지아 父 350억 원대 상속 분쟁
친일재산 논란, 환수는 0건
후손들은 편법 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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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억 원대 땅을 두고 친일파 후손끼리 상속 분쟁이 벌어졌다. 환수는커녕 차명 거래와 편법 상속으로 재산을 지키고 있는 현실. 정부는 왜 이 문제에 손 놓고 있을까.
배우 이지아(본명 김지아)의 아버지가 친일파 김순흥(1910~1981)의 350억 원 규모 땅을 두고 형제들과 법적 다툼에 휘말렸다. 이 땅은 경기 안양시 석수동 일대의 토지로, 과거 군 부지였다가 2013년 안산으로 부대가 이전하면서 김순흥의 자녀들에게 우선 환매권이 부여됐다. 하지만 환매 과정에서 이지아 아버지 김 씨가 형·누나의 인감을 사용해 위임장을 위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가족 간 상속 다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단순한 상속 분쟁이 아니라, 친일파 후손들이 막대한 부를 대물림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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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1998년부터 사문서위조와 사기 등의 혐의로 세 차례 징역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번에도 ‘토지주 대표 및 위임인’으로 김 씨 도장이 찍힌 계약서가 문제의 시작이었다. 사망한 장남을 제외한 형제들은 “김 씨에게 대표권을 위임한 적이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은 2019년 5월 경매 신청이 들어온 뒤에야 형제들이 문제를 인지하면서 불거졌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김 씨의 편법이 단순한 가족 간 갈등을 넘어 ‘친일 재산’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는 데 있다. 김순흥은 일제강점기 동안 친일 행위를 통해 축재한 재산을 남겼다. 그는 조선의 경제적 기득권을 장악하며 일제의 지배를 도운 인물 중 하나였다. 이러한 재산은 해방 이후 환수되지 않고 후손들에게 상속되며 기득권이 대물림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환수하지 않았고, 후손들은 상속 문제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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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정부가 친일 재산 환수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결과 후손들이 차명 거래와 편법 상속을 통해 재산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실제로 법무부가 친일재산을 발굴해 환수한 건수는 ‘0건’이다. 법적 공방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법원이 ‘선의의 매수자’를 보호한다는 논리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법원은 친일파 후손들이 거래한 땅이더라도 매수자가 해당 땅이 친일재산임을 몰랐다면 거래 자체를 무효로 하지 않는다. 대신 땅을 매도해 받은 돈만 국가에 귀속시키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후손들이 헐값에 땅을 팔고 다시 사는 ‘짜고 치는 거래’를 통해 실질적으로 재산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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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 외에도 서울 삼청동 안가, 그랜드힐튼호텔 부지 등 친일 재산 환수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삼청동 대통령 안가는 친일파 민영휘의 아들 민규식이 소유한 땅으로, 환수 대상이었지만 압류 자산으로 공매되어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저가에 낙찰받았다. 그랜드힐튼호텔 부지도 친일파 이해승의 후손이 편법 거래를 통해 소유권을 유지했다.
전문가는 “친일 재산을 제대로 환수하려면, 과거 청산 작업이 미흡하게 끝난 원인을 직시하고 법적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친일 재산 조사위원회 활동이 재개되어야 한다”라며 “정부나 기관이 적극 나서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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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친일 재산 환수가 미흡한 현실과 그 후손들이 대대손손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와 법적 허점, 그리고 친일파 후손들의 편법 상속이 맞물리면서 친일파 후손들은 부를 축적하고 있다. 사회적 정의는 여전히 실현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과거사 문제가 아닌 현재의 경제적 불평등과 기득권 세습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친일 재산 환수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과거 청산에 그치지 않는다. 지연된 정의를 바로 세우고, 왜곡된 지배구조를 청산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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