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희생 덕분”…철혈광복단, 日 간도 철도 자금 탈취 사건 ‘울컥’ (‘꼬꼬무’)
[TV리포트=박정수 기자] ‘꼬꼬무’가 ‘간도 철도 자금 탈취 사건’을 조명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다가오는 3.1절을 맞아 ‘철혈광복단-역사를 뒤바꿀 비밀 작전’을 주제로 이야기 펼쳐졌다.
‘철혈광복단’의 ‘간도 철도 자금 탈취 사건’이 후세에 알려진 계기는 운명이었다. 1994년 박환 한국학 박사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독립운동의 흔적을 샅샅이 찾고 다니던 중, 고려인 출신의 한 버스 기사를 만났다. 대뜸 ‘최계립을 아느냐’는 버스 기사의 질문에 박 교수는 “깜짝 놀랐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계립은 건국훈장 중 세 번째로 높은 독립장을 받은 인물이자, 홍범도와 김좌진 장군과 같은 급이라 하더라도 과언이 아닌 독립운동가였다. 알고 봤더니 그 버스 기사는 최계립의 아들, 최다니엘 씨였던 것. 박 교수는 최 씨로부터 최계립이 직접 쓴 41장의 수기를 받았고, 그곳에는 일제에 엄청난 충격을 안긴 ‘간도 철도 자금 탈취 사건’의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다.
수기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1919년 3월 13일 간도 용정에서 2만여 명의 조선인들이 태극기를 들고 다 같이 만세를 외치자 수십 명의 사상자를 만들었다. 그날 이후 독립운동가들 사이에서는 무장투쟁을 하자는 목소리가 커졌고, 그중 하나가 비밀결사단체 ‘철혈광복단’이었다. ‘철혈광복단’은 일본에 수탈을 당했던 돈을 되찾아 무기를 사려는 계획을 세운 후, 조선은행에서 일하던 전홍섭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일제가 대륙 침탈을 위한 철도 부설금을 용정 조선은행으로 보낼 거라는 정보를 전했다. 윤준희, 박웅세 김준이 한 팀, 최봉설, 임국정, 한상호가 한 팀을 이뤄 두 개조가 구성됐다. 이들은 무장한 일본군에 대항하기 위해 말 타는 실력, 격투 기술까지 고도의 능력을 보유한 20대 초반의 6인의 정예 요원이었다.
기회는 단 한 번뿐. 호송대가 동량어구에 진입하던 순간, 6명의 광복단은 호송대를 급습했고 작전은 성공했다. 궤짝을 꽉 채운 돈은 총 15만 원. 지금의 가치로 150억 원으로 추정되는 어마어마한 돈이었고, 이는 당시 총과 탄원 4,000세트를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단원들은 무기를 사러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일제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혼선을 주는 계획까지 철두철미하게 세운 단원들은 한인의 도움으로 은신처를 마련한 이들은 무기를 사고 남은 돈은 구인을 양성할 사관학교를 설립하고 조선에 신문사를 세우려는 계획까지 논의했다.
일제의 추적이 본격화되는 긴장 속에서 무기 구매를 담당한 임국정은 엄인섭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엄인섭은 안중근의 의형제로 알려졌던 인물이었다. 엄인섭의 도움으로 무기를 구매하기로 한 1월 31일 당일 새벽, 단원들은 서로를 독려하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결국 일본 헌병대가 은신처에 들이닥치며 체포됐다. 바로, 엄인섭이 독립운동가를 색출하는 밀정이었던 것. 다만 최봉설은 부상을 입은 채로 도망쳐 체포되지 않았다.
붙잡힌 단원들은 1년간 이어진 재판 끝에 1921년 사형이 집행됐고, 그렇게 ‘간도 철도 자금 탈취사건’은 끝났다. 다행히 헌병대를 피해 목숨을 건진 최봉설의 행방을 일제는 찾지 못했고, 궐석 재판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몸을 피한 후 항일 무장 투쟁 단체에서 독립을 위한 싸움을 이어갔고, 자신의 이름을 최봉설에서 최계립으로 바꿨다. 이후 수기를 직접 쓰기 시작한 그는 후손들에게 독립운동의 정신을 전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한 독립군들을 기억하며 눈을 감았다고 한다.
한편, ‘꼬꼬무’를 통해 밝혀진 최계립의 수기에는 “우리가 이긴 줄 알았다”, “’15만 원 사건’이 일시적으로 실패한 듯하나 조선해방투쟁은 강경해지고 승리하고 말 것이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를 읽어 내려간 리스너들은 울컥함을 감추지 못했다. 신기루는 “이분들은 실패했지만, 역사는 실패하지 않았다”, 이택근 전 해설위원 “이 사건을 후손들에게 알려주려 하는 것이 느껴진다”, 추상미는 “숙연해지고 눈물이 난다”라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장성규를 포함한 장도연, 장현성은 “3.1절,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분이 있었다는 걸 우리가 되새겼으면 한다”라고 말했고, 이택근 전 해설위원은 “알아야 되는 당연한 이야기다. 가슴 속에 와닿았다”, 신기루 “지금 우리의 안위는 그들의 희생 덕분”이라고 진한 감동을 전했다.
박정수 기자 pjs@tvreport.co.kr / 사진=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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