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통했다, 한국보다 100배 넓은 나라 성공…번개장터는?
캐나다, 캐롯(Karrot) 인기
현지화 전략이 성공 열쇠
북미 50개 도시 확장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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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을 제쳤다.” 한국에서 시작한 지역 기반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의 글로벌 서비스 ‘캐롯(Karrot)’이 캐나다에서 예상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캐롯’은 캐나다 애플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부문에서 페이스북보다 높은 2위에 올랐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도 캐나다 대표 중고 거래 플랫폼인 ‘키지지(Kijiji)’를 제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보다 면적이 100배나 넓어 ‘내 동네’의 개념이 전혀 다른 캐나다에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친 것이 성공 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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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성공의 배경에는 ‘현지화 전략’이 있다. 한국에서는 1~10km 범위에서 거래가 이루어지지만, 캐나다에서는 지리적 특성을 반영해 최소 2km에서 최대 50km까지 거래 반경을 넓혔다. 또한, 한국의 ‘매너 온도’ 개념 대신 1,000점 만점의 ‘캐롯 스코어’를 도입했다. 36.5라는 숫자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 북미 사용자들의 인식 차이를 고려한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AI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가 올린 이미지를 분석하고 자동으로 중고 거래 게시글을 작성해 주는 기능을 도입하는 등 편의성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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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전략 덕분에 캐나다 시장에서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2023년 5월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한 이후 불과 8개월 만에 200만 가입자를 넘어섰다. 당근마켓의 해외 진출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회사가 본격적으로 흑자로 전환된 것은 2023년. 하지만 김 대표는 그보다 훨씬 전인 2022년, 적자 상태에서도 캐나다로 직접 떠났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데이터만으로는 시장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직접 와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미 시장에서의 성공을 ‘한국 IT 기업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정의했다.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제대로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글로벌 성공의 첫 단추를 끼우는 과정이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캐나다에서의 성과를 기반으로 향후 5년 내 북미 50개 도시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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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또 다른 국내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 역시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번개장터는 직접 해외에 진출하는 대신, 현지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일본 최대 중고 거래 플랫폼 ‘메루카리’와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이용자들이 일본 중고 명품과 피규어 등을 손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앞으로 일본 외 지역에서도 추가 파트너십을 체결할 계획이다.
번개장터의 전략은 ‘국경 없는 중고 거래’다. 직접 해외에 사무실을 두지 않고도 국내 사용자들이 해외 중고 제품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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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올해 캐나다에서 월간 활성 이용자(MAU) 100만 명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이후 계획은 미국 시장 진출이다. 그는 향후 5년 이내에 북미 지역 50개 도시로 캐롯의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한국 드라마나 K팝처럼 당근을 K스타트업의 글로벌 성공 사례로 만들고 싶다”며, “현재 캐나다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북미 전역으로 영향력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근마켓이 현재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무대에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하지만 해외 시장 공략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한국 중고 거래 플랫폼들이 이제 ‘국내 강자’에서 ‘글로벌 경쟁자’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당근마켓과 번개장터의 도전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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