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그만하세요” 미국 대표 여행지에서 참다 참다 관광객들에게 남긴 경고
①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 경고
최근 미국 그랜드캐니언(Grand Canyon) 국립공원이 공식 소셜미디어에 위 사진과 함께 공지문을 게시했습니다. “사랑은 강하다. 하지만 우리의 절단기만큼 강하지 않다”라는 공지문이었죠.
이들은 그랜드 캐니언 철조망에 매달려 있는 수십만 개의 사랑의 자물쇠를 철거한 것인데요.
사랑의 자물쇠는 연인들이 서로의 이름이나 이니셜(initial)을 새기고 철조망에 걸어 잠그는 자물쇠이죠.
그랜드 캐니언은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국립공원인 만큼, 이곳에 온 사람들은 특별한 순간을 함께한 연인과 사랑의 자물쇠를 통해 영원한 사랑을 서약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국립공원 관리자에게 이러한 자물쇠는 치워야 하는 쓰레기에 불과하죠. 이들이 공지문을 통해 앞으로 예고 없이 자물쇠를 철거하겠다 한 이유는 자물쇠와 열쇠가 야생동물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랜드 캐니언에서 서식하는 멸종 위기 새인 캘리포니아 콘도르(California Condor)가 자물쇠 열쇠를 집어삼키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하는데요.
콘도르는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처럼 반짝이는 금속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콘도르는 호기심으로 집어삼킨 금속 물질을 소화할 수 없어, 열쇠나 동전 등을 많이 섭취하는 경우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죠.
이에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은 자연과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흔적 남기지 않기’ 캠페인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방문객 탐방 태도 개선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들은 쓰레기 투기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콘도르 뱃속을 촬영한 엑스(X)선 사진 결과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사진의 콘도르 몸속에는 관광객들이 던진 열쇠와 동전이 가득했죠.
② 파리 센강 자물쇠 철거
‘사랑의 자물쇠’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은 그랜드캐니언뿐만이 아니죠. 파리 센 강을 가로지르는 퐁데자르교는 한때 사랑의 자물쇠 명소였습니다.
영원한 사랑을 지속할 수 있다는 속설과 함께 2008년부터 시작된 센 강에서의 풍습은 2014년 막을 내렸습니다.
당시 155m 길이에 달하는 다리의 난간은 자물쇠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었는데요. 풍데자르교에 달려있던 자물쇠의 무게만 약 65톤이었죠.
결국 지난 2014년, 어마무시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철망 일부가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전에도 자물쇠가 다리를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요.
사고 발생 전, 이미 자물쇠 제거 청원운동에 7천 400여 명 이상이 서명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파리시 당국은 자물쇠 철거가 관광산업에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해 자물쇠 제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논란 속에 철망 일부가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하고 만 것인데요. 다행히도 난간 붕괴로 인한 부상자는 없었지만, 이 사고를 계기로 사랑의 자물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졌습니다.
이후 퐁데자르교의 자물쇠가 철거되기 시작했는데요, 파리 당국은 1년 6개월 동안 100만 개의 자물쇠를 수거했죠.
당시 떼어낸 자물쇠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갈리기도 했는데요. 결국 파리시는 파리의 기억을 간직하고 싶어 하는 시민들에게 이 자물쇠를 팔기로 결정했습니다.
누가 이 자물쇠들을 살까 싶지만, 경매에 내놓은 자물쇠와 난간 일부는 약 3억 675만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판매된 자물쇠들 중 일부는 예술작품으로 변신해 출품되기도 했죠.
③ 남산타워 자물쇠
‘사랑의 자물쇠’ 명소로 한국의 ‘남산공원’ 또한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이곳 N서울타워의 야외 전망대 난간에는 다양한 종류의 수많은 자물쇠들이 채워져 있습니다.
파리에서는 안전상의 문제로 사랑의 자물쇠가 금지됐지만, 남산공원의 사랑의 자물쇠 풍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N서울타워에는 자물쇠를 걸 수 있는 곳이 난간뿐만이 아닙니다. 이곳의 ‘타워 가든존’에는 자물쇠를 걸 수 있는 ‘사랑의 트리’까지 있죠.
화려한 색상의 자물쇠들로 가득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같이 보이는 사랑의 트리. 아름다운 것은 분명하나, 과연 난간과 트리는 자물쇠의 무게를 버틸 수 있을까요.
2018년 진행된 안전성검사에 따르면 당시 총 200m의 난간과 5개의 트리에 달린 자물쇠의 무게는 총 82톤가량으로 추산되었습니다.
자물쇠의 엄청난 무게를 난간, 덱, 그리고 계단이 버텨낼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N서울타워를 위탁 운영 중인 CJ푸드빌 측에서는 “주기적으로 전문기관에 의뢰해 구조안전진단을 받아 그 결과에 따른 보강 작업을 실시한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N서울타워 주변에는 “서울타워에 설치된 안전 난간에 달아놓은 ‘사랑의 자물쇠’들은 관광객들의 조망권 확보를 위해 철거될 수 있다”라는 안내문이 있습니다.
안내와 함께 ‘타워 가든존’의 ‘사랑의 트리’에 사랑의 자물쇠를 걸어달라고 적혀있는데요. 그렇다는 것은 난간에 설치된 ‘사랑의 자물쇠’들은 철거될 수 있다는 것이죠.
철거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남산의 자물쇠 무게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안전을 위해서도, 그리고 관광객들의 조망권을 위해서도 각 여행지의 공지문과 안내문을 어기지 않고 여행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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