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 정지영 감독 “멜로, 액션 연출에 소질 없어…고발 영화 만드는 이유는” [인터뷰②]
[TV리포트=김연주 기자] 한국 영화계의 명장 정지영 감독이 영화 ‘소년들’로 돌아왔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소재 한 카페에서 영화 ‘소년들’을 연출한 정지영 감독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난 1일 개봉한 영화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로 1999년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소재로 한 사건 실화극이다.
영화 ‘소년들’로 관객과 만나고 있는 정지영 감독은 “가제는 ‘고발’이었다. 힘이 있는 자들이 힘을 악용하는 것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사건의 주인공이 소년들이지 않나. 그래서 제목을 바꾸게 됐다.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묻고 싶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제대로 배움을 받지 못하고, 힘이 없이 자란 소년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말이다. 그들을 무시하거나 어떤 사건과 연루됐을 때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본 적이 없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정지영 감독은 ‘소년들’을 선보이기 앞서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 등 사회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표현, 세상을 향해 일침을 가하는 작품을 연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지영 감독은 “사랑이나 우정, 액션물엔 소질이 없다.(웃음) 시대의 한 편을 들추는 이야기를 만드는 이유? 글쎄. 삶을 점검하는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한다. 해외여행을 떠나도 제가 발을 딛고 있는 곳이 정확히 어떤 곳인지, 어떻게 이 땅에 내가 설 수 있었는지 확인하고 싶다. 그런 호기심과 생각이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이유인 거 같다.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이한 정지영 감독은 “앞만 보고 달려가던 저를 멈춰세워 지난날을 돌아봤다. 사람들이 저를 사회파라고 부르는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다.(웃음) 제 자신을 허무주의자라고 생각한다. ‘왜 세상은 이것밖에 안 되는 거지?’, ‘우리 사회가 과연 살만한 사회야?’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스스로 내린 답 또한 부정적이다. 허무주의자의 결말은 좋을 수 없는데, 저는 오래 잘 살고 있다. 제 영화를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세상의 문제를 비판하고 지적하면서도 항상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모습을 담아내더라.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꿈꾸는 건 그럼에도 지지 않는 것이 아닐까”라고 했다.
한편, ‘소년들’은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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