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긴 무명 시절 겪은 배우의 ‘조회수 270만’ 수상 소감(+내용)
데뷔 16년 차 첫 주역 맡아
오정세, 출연작 100편 넘어
‘악귀’,’스위트홈2′,’거미집’
배우 생활 27년 동안 무려 10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한 배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은 10개도 되지 않는 무명 중의 무명이기도 했죠.
바로 배우 오정세의 이야기입니다. 오정세는 오랜 무명 세월에도 불구하고 매사 긍정적인 태도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배우의 대명사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대세 배우 오정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데뷔 16년 차, 첫 주연을 맡다
배우 오정세는 1997년 영화 <아버지>에서 단역을 맡으며 데뷔했습니다. 이후로도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너는 내 운명>,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우아한 세계> 등 걸출한 영화들에 단역, 조연 등으로 출연했었죠.
오정세는 한 해에 적으면 3편, 많으면 9편씩 영화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지만 주연의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드디어 그에게 영화 주연 자리가 들어옵니다. 바로 2012년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죠. 퀄리티 높은 코미디 영화로 호평을 받았지만, 경쟁작이던 영화 <신세계>에 밀려 흥행에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한국 B급 코미디 영화계의 수작으로 평가받는 영화죠. 최근 오정세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재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죠.
이후로도 오정세는 영화 <하이힐>, <타짜-신의 손>, 드라마 <뱀파이어 탐정>, <뷰티풀 마인드> 등에 비중 있는 조연으로 나오며 천천히 인지도를 쌓아갔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인생작을 만나게 되는데요. 바로 총 관객 수 1600만 명을 끌어모은 흥행작 영화 <극한직업>이었습니다. 오정세는 어딘가 허술한 악당 ‘테드 창’, 일명 ‘창식이’로 출연했습니다.
극의 중반부 이후에 처음 등장해 비중이 크지는 않았지만, 나오는 장면 족족 관객들을 빵빵 터트리며 ‘명품 조연’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단순한 대사도 맛깔나게 살리며 코미디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습니다. ‘얘 싸움 존나 못해’, ‘뭐 피자나라 치킨공주 하자고?’ 등 명대사를 남기기도 했죠.
사실 2019년은 오정세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월에 <극한직업>으로 명품 조연에 등극했고, 가을에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겨울에는 드라마 <스토브리그>에 출연해 모든 작품을 흥행시켰는데요.
<극한직업>에서 보여준 허세와 코믹함과는 달리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자격지심과 찌질함에 젖어 강약약강을 몸소 실천하고 다니는 노규태 역을 맡아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도 연기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바로 구단을 없애려는 구단 사장 권경민으로 등장한 것이죠.
구단을 없애기 위해 온갖 비열한 수단을 쓰지만 성공과 인정에 대한 갈망에 가득 차 있는 연민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카리스마 있으면서 때로는 안쓰러움을 자아내는 연기를 소화해 내 ‘오정세만 할 수 있는 연기’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죠.
이듬해에는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문상태를 연기했습니다. 신들린 연기력으로 어려운 자폐 연기를 해내 시청자들의 눈물도둑으로 불렸습니다. 동시에 특유의 재치와 코믹연기로 극의 활력을 불어주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죠.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동생 문강태를 위해 성장하려고 애쓰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마지막 화에 최고 시청률 7.3%를 기록하며 성황리에 종영했습니다.
말과 행동으로 위로를 전하는 배우
지난 2021년, 오정세는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남자 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그의 수상 소식보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오정세의 수상소감이었습니다.
오정세는 ‘매 작품마다 개인적으로는 작은 배움의 성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100편이 넘는 작품을 했는데 어떤 작품은 실패했고, 어떤 작품은 성공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좋은 상을 타게 된 작품도 있었죠’라며 지난날을 회상하기도 했죠.
오정세는 ‘꿋꿋이, 또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똑같은 결과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을 이었습니다.
이어서 ‘자책하지 마십시오.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라는 응원의 말을 전했죠. ‘평소처럼 똑같이 했는데 그동안 받지 못했던 위로와 보상이 여러분을 찾아올 것입니다. 저한테는 동백이가 그랬습니다’라며 <동백꽃 필 무렵>에 대한 애정도 가감 없이 드러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과 희망을 준 이 수상소감 영상은 약 270만 회의 조회수를 얻으며 널리 퍼져나갔습니다.
동료 배우나 스태프, 지인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전형적인 소감 멘트와는 달리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수상소감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입니다.
실제로 오정세는 <사이코지만 괜찮아>을 촬영하던 중 지적장애 첼리스트 배범준과 특별한 만남을 하기도 했죠. 드라마의 문상태와 만나고 싶어 했던 배범준을 본 동생이 오정세에게 연락해 만남이 성사된 것인데요.
오정세는 극 중 상태가 입던 옷, 하는 행동을 그대로 가져와 배범준과 함께 롯데월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심지어 오정세 개인이 결정한 일로, 소속사조차도 몰랐던 일이라 동생의 SNS 글을 통해 비로소 수면 위로 드러났던 겁니다.
오정세는 지난 2021년 김은희 작가의 <지리산>에 출연해 현실주의적인 ‘프로 퇴근러’ 정구영 역을 맡아 섬세한 생활연기를 선보였는데요.
올해 흥행한 드라마 <악귀>에서 주연 ‘염해상’ 역을 맡아 배우 김태리와 호흡을 맞췄는데요. 믿고 보는 두 배우가 만난 만큼, 뛰어난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죠.
지난 1일에는 그가 출연한 <스위트홈 시즌2>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는데요. 주연 ‘임박사’로 출연한 오정세는 괴물 연구에 미친 괴짜 박사 역을 완벽히 소화해 냈습니다.
또한 오정세는 올해 개봉한 영화 <거미집>에서도 주연 ‘호세’ 역을 맡았는데요. 많은 배우들이 함께하고 싶어하는 배우 송강호와 함께 출연해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영화 <거미집>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를 다녀왔는데요. 이 영화는 1970년대 예술도 검열당하던 시절,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바꿔야 한다고 믿는 감독 김열(송강호)이 바뀐 대본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진을 설득하며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극 중 오정세는 비호감, 꼴불견, 찌질함 등 온갖 부정적인 수식어를 붙여야 설명 가능한 캐릭터를 맡았는데요. 그의 존재감이 남달라 자꾸만 떠오른다는 호평과 함께, 오정세는 또다른 인생 캐릭터를 얻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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