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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파도 파도 너무 팠다…호불호가 난제 [유일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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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연주 기자] 영화에 담긴 n개의 화두 가운데 함께 나누고 싶은 재미를 선별한 리뷰입니다. 사심을 담아 고른 한 편의 영화 속 단 하나의 재미, 유일무비입니다.

꼼꼼한 취재로 중무장한 작품은 역시나 쫀쫀하다. 그런데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간다. 떠밀리듯 도달한 산에서 ‘파묘’를 하는 꼴이 됐다. 볼거리가 풍성하니 누군가는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끼겠고, 또 다른 누군가는 체할까 우려하겠다. 

장재현 감독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오컬트 영화 ‘파묘’는 불길한 기운을 풍기는 묘를 이장하게 된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영화 ‘검은 사제들’, ‘사바하’를 연출하며 K-오컬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 장재현 감독과 배우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 등 노련함과 참신함이 무기인 배우들의 만남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컬트 장르 마니아층은 물론 국내 관객들이 손꼽은 2024년 상반기 기대작인 ‘파묘’는 국내 개봉 전 일찌감치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러닝타임 134분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각 테마에 걸맞은 이야기가 촘촘하게 얽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도달한다. 악지에 묻힌 관을 이장하고, 이후 일어나는 사건들은 상당히 디테일하다. 묫자리를 두고 가름하는 명당과 악지, 혼령을 달래는 굿판 등 민속신앙에 관한 이야기가 깊이 있게 다뤄진다. 장재현 감독이 전작을 통해 입증한 탄탄한 취재력이 ‘파묘’에도 녹아 있다. 문제는 ‘검은 사제들’이 선사했던 급이 다른 공포, ‘사바하’가 안겨준 무릎을 탁 치는 통찰력이 부족하다. 두 작품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는다면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디테일에 집중한 탓일까. 영화가 지나치게 친절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영화가 말하는 ‘겁나 험한 것’에 대한 설명이 구구절절 이어진다. 그렇다 보니 험한 게 그다지 험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공포는 눈에 보이지 않을 때 극대화된다. 관객이 아는 장재현 감독은 그런 공포를 잘 그리는 연출자였다. 관객들의 상상으로 하여금 공포를 완결시켰던 그의 오컬트가 적나라한 설명 앞에서 무너진다. 

제때 끝맺었어야 하는 스토리가 중반부에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는 것 또한 ‘파묘’가 남긴 아쉬움이다. 한 가정의 과거를 파헤치더니, 갑자기 국가의 과거를 돌아본다.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던 전반부의 전개가 후반부를 위한 빌드업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땐 허무함이 밀려온다. 그렇다고 후반부가 심장 박동 수를 끌어올릴 만큼 매력적인 것도 아니다. 기이한 사건의 비밀이 풀린 뒤에는 오히려 심박수가 안정을 찾게 된다. 그로테스크한 요소가 난무하다 보니 영화가 그린 공포의 대상도 무섭지가 않다. 한 명의 등장인물처럼 느껴질 정도로 급격하게 위압감이 떨어진다. 

대중성을 고려하다가 작품을 열렬히 지지해온 마니아층을 놓칠 위기다. 종교의 의미와 기능, 신(神)에 대한 회의까지. 영화적 재미는 물론 묵직한 질문을 함께 던지며 관객들을 매료했던 장재현 감독의 키포인트가 희미하다. 호불호가 나뉘지 않는 대중적 오컬트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하면, 헛발질. 그 어느 때보다 호불호가 난제일 것으로 모인다. 

‘파묘’는 오는 22일 개봉 예정이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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