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은 투자자 탓, 수익은 정부 덕”…‘금투세’ 도입되면 벌어지는 일
금융투자소득세 논란
개인투자자 1,400만 명
150조 원 해외로 나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연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재차 강조하자 금투세 도입 여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면 자본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할 것”이라고 말하며 금투세 논란에 불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이어 윤 대통령은 1,400만 개인 투자자들의 타격을 우려하며 금투세 폐지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금투세 도입은 지난 정권인 문재인 정부 때 국민 개세주의(소득 있는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와 복잡한 과세체계를 하나로 통합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국내 투자자 중 금투세 대상자는 약 15만 명으로 전체 투자자의 1%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 ·외국인과 비교해 과세 형평성이 맞지 않고 국내 증시 자금 이탈 우려를 이유로 반발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법인세를 내는 기관과 조세협정에 따라 국내에서 세금을 내지 않는 외국인들의 경우 금투세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불평등 때문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개인투자자들의 우려에 같은 의견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위해 정부와 여야가 함께 일하라는 것이 민심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하며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는 소득세법 개정은 많은 국민들께서 간절히 바라셨던 법안들”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될 것”이라 전망하며 “1,400만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개인투자자들과 같은 우려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대만의 경우 지난 1989년 금투세와 비슷한 양도소득세 도입을 추진한 적이 있다. 당시 양도소득세 도입 발표 이후 한 달간 대만 TW SE(대만증권거래소) 지수는 8,789포인트에서 5,615포인트로 36% 급락했고,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억 5,000만 달러에서 3억 3억 3억 7,000만 달러로 떨어지며 대만 정부는 1990년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 방침을 철회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같은 사례를 언급하며 “1,400만 명의 개인투자자의 개인투자자의 이해가 걸려있을 뿐 아니라, 자본시장이 무너져 제 기능을 못 하면 실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밝히며 “앞으로도 이 문제는 국회에 협력을 강력히 요청하고, 특히 야당에 협조를 구할 생각”이라 전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과 야당이 갈등을 겪고 있는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얻은 연간 수익이 5,000만 원을 넘으면 초과한 소득의 20%(지방세 포함 22%)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이는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투자자가 금투세 부과 대상이 되며, 3억 원 초과분의 경우 세율 25%(지방세 포함 27.5%)가 적용된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논의되어 왔기 때문에 지난 2023년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2022년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금투세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여야 합의 이후 시행 시기가 오는 2025년 1월로 미뤄진 바 있다.
현재 소득세법상으로는 소액주주가 장내에서 매각하는 상장주식의 매매차익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아니며 대주주가 아닌 이상 상장주식을 사고팔면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서 세금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펀드(집합투자 기구)에 편입돼 운용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펀드에 편입된 국내 상장주식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주식의 매매차익 역시 집합투자 기구의 이익으로 구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국내 및 해외 채권에 대한 매매차익(채권 펀드 예외)도 소득세가 과세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주식형 펀드를 중심으로 운용하는 사람들의 경우 금투세가 시행되면 타격이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금투세 도입으로 과세가 진행되는 경우 원천징수 세율 역시 상승한다. 이는 현행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이 주민세를 포함해 15.4% 세율로 원천징수 되는 구조를 갖췄던 것에 반해, 금융투자소득으로 구분될 경우 원천징수 세율이 주민세 포함 22%로 과세하기 때문이다. 당초 원천징수 세율이 높아질 경우 세후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현재의 금융소득에 과세하는 것보다 세금 부담이 더 커진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를 뒷받침하고 있는 ‘슈퍼 개미’가 국내 증시를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의 슈퍼 개미 규모가 최소 150조 원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에 최소 150조 원 이상의 국내 자본이 해외로 이탈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국내 증시가 ‘단타 놀이터’가 되리라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이는 증권거래세 인하에 따른 결과로, 거래세가 0.18% 수준으로 20%에 달하는 금투세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으로 예상되는 미래다.
실제로 금투세가 도입되면 금투세로 25%, 지방소득세로 2.5% 합쳐 총 27.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가 단타 놀이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편, 금투세 도입 논의가 지속되자 개인투자자들은 국회 국민 청원 홈페이지에 ‘금투세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 등을 올리며 반발에 나섰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9일부터 지난 9일까지 한 달간 6만 5,449명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한 개인투자자는 “주식 투자한 것을 따져보면 아직도 손실인데, 손실은 투자자 책임이고 수익만 세금으로 칼같이 떼가는 게 한국”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며 “금투세만큼은 도입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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