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2조 투입한 ‘광산·제련소 사업’…해외 자원개발 ‘위기’
광해광업 공단 비상 경영
국제 니켈 가격 급락 여파
이명박 정부 프로젝트 투자
최근 해외 자원개발의 가장 큰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제련소 사업이 구조조정 위기에 처한 사실이 알려져서 충격이다. 이는 국제 니켈 가격 급락과 전기차 수요 둔화로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광해광업 공단이 비상 경영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해와 같이 재무성과를 중점적으로 반영한 윤석열 정부의 2023년 경영평가에서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높은 등급을 받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15일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전신인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자본잠식에 빠지게 만든 핵심 원인 중 하나인 멕시코 볼레오 광산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최근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과 제련소 구조조정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재무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최대 주주인 일본 스미토모와 함께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 중이며 암바토비 프로젝트의 지분 45%를 보유한 2대 주주 한국 암바토비 컨소시엄과 함께 비상 경영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암바토비 니켈 광산은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대표적인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로, 국내 컨소시엄 투자금만 2조 원 가까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6년 사업을 시작해 마땅한 수익을 내지 못하다가 최근 전기차 시장이 꽃피면서 2021~2022년 이익을 내는 사업장으로 탈바꿈한 바 있다.
당초 이명박 정부 당시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전 세계 20곳에서 자원개발 사업을 벌이며 대부분 실패로 끝나 2조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던 것에 비해, 정부 경영평가에서는 ‘우수’ 등급을 받아 230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챙겼다.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시작된 암바토비 니켈 광산 사업에 이명박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며 손실에 대한 우려와 함께 지난 2020년까지 수익을 내지 못하다가, 최근에서야 겨우 수익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약 15년 만에 처음으로 확보한 수익성과 달리 최근 니켈값이 폭락하며 사업 불황을 다시 겪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해 한국광해광업공단의 한 관계자는 “세계 1위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물량을 쏟아내면서 니켈 가격이 급락했다”고 밝히며 “호주 등 다른 광산 사업자들도 구조조정을 하고 있어 암바토비 광산도 인력을 포함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달 실적 발표를 진행한 스미토모도 구조조정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광해광업공단과 함께 광산·제련소 사업에 뛰어든 스미토모는 암바토비 사업 손실로 지난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에 순이익이 32%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업 철수까지 고려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은 암바토비 니켈 광산 구조조정을 통해 경기 불황을 헤쳐 나갈 전망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자금 부분과 사업 부분을 나눠 리파이낸싱을 통해 부채의 조달 금리를 낮추거나 일부 부채를 상환하는 대신 출자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며, 부채를 갚아 이자 비용을 줄여 스미토모와 한국 컨소시엄의 추가 부담을 지는 방안 등을 생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인력 조정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이보다 앞서 세계 최대 광산업체로 꼽히는 BHP가 지난 3월 니켈 가격 급락에 호주에서 인력 25% 감축 계획을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력 사업 광물은 니켈의 경우 3원계 배터리 양극재 핵심 소재로 리튬, 희토류 등과 함께 전략 광물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안정적인 니켈 공급망 확보는 배터리 산업을 넘어 전기차 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한 수단 중 하나다.
그러나 인도네시아가 다시 니켈 생산을 늘리면서 국제 니켈 가격이 하락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암바토비 광산의 수익성에 문제가 생겼으며, 재무구조 개선과 인력 조정 이후에도 니켈 시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해외 자원개발의 성공 사례가 한순간에 실패 사례로 전락할 수 있어 관심이 주목된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지난해 1월 알리오에 올린 구분회계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볼레오 광산 사업이 95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레오 광산이 한국광해광업공단이 투자한 역대 해외 투자 사례 중 가장 큰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에, 이를 가장 먼저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추측된다.
볼레오 광산 개발이 무리한 해외 자원개발의 실패 사례로 꼽히는 이유는, 이 영업손실이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자본잠식까지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연결 기준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자산 5조 4,698억 원, 원, 부채 8조 120억 원으로 약 2조 5,422억 원 규모의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한국광해광업공단에 임직원 성과급 자율 반납을 권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광해광업공단은 비상 경영체제를 선포하고 사업 실적 개선을 통한 당기순이익 달성, 부실 사업의 신속한 매각 추진, 예산 절감·수익 창출을 통한 재정자립, 고금리 시대 자금 유동성 확보 등을 4대 신속 추진 과제로 선정해 경영환경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지난달 말 니켈의 국제 시세는 t당 1만 9,000달러대를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말과 비교하면 20.6% 떨어진 수치로, 지정학적리스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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