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나쁘면 나가라”…이재용 회장이 올해 처음으로 칼 빼든 곳
삼성전자 반도체 부회장 인사
정영현 현 미래사업기획단장
반도체, 지난해 최악의 성적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21일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의 총괄직인 DS부문장을 두고 인사를 단행한 사실이 전해진다. 해당 인사의 주인공은 현재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은 정영현 씨로 반도체 부문의 수장직을 역임하게 된다. 기존 사장직을 맡은 경계현 사장은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인사가 결정됐다.
이번 인사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수장을 둔 이번 인사는 글로벌 경영이 지속적인 불확실성 가운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대내외 분위기를 인식하여 반도체 부문의 미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회장직을 맡은 정영현 전 미래사업기획단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및 메모리 사업을 글로벌 제1의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 중 한 명으로 그동안 당사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시장 위기를 극복할 것이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로 반도체 부문장으로 위촉된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하여 반도체 전문가로 유명하다. 지난 2014년부터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아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잡는 것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앞서 2017년에는 삼성SDI로 이동해 5년 동안 삼성SDI 대표를 맡아 선두적인 지휘를 인정받아 올해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위촉되었고,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힘써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반도체 수장 인사는 지난 2022년 이후 처음이다. 2년가량 반도체 부문장 자리를 지켜온 경계현 사장 또한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맡는 등 삼성을 대표하는 임원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경 사장이 이동하는 미래사업기획단은 신성장동력이니 미래 먹거리를 주로 발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 사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면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의 미래 먹거리 사업 또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앞서 경계현 사장은 올해 초 개최된 주주총회와 사내 간담회 등을 통해 “우리가 AI 초기 시장에서 선점하지 못했다” “경쟁사가 HBM 시장에서 삼성을 이겼다”라고 인정하며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인사를 두고 전문가들은 지난해 15년 만의 최악 실적을 보인 삼성 반도체 사업 현황이 가장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한다. 삼성전자는 특히 AI(인공지능) 반도체의 필수 핵심 부품으로 알려진 HBM(고대역폭메모리)을 SK하이닉스 등의 경쟁사에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평판을 뒤집기 위해 삼성전자는 인사를 통해 반도체 부문 전문가를 사업총괄직에 앉혀 사업 확대를 목표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 시절부터 글로벌 업계 1위를 달성하는 등 오랜 기간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잡고 있었는데, 최근 중국과 대만 등 저렴한 고기능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영향력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심지어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15조 원가량의 적자를 만들기도 해서 최악의 실적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시장이 불황을 겪어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반도체가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는 신기술인 HBM과 같은 시장에 늦게 출발한 것도 매출 하락에 한몫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보다 늦게 HBM 시장에 진출했고,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문을 두드리는 실정이다.
HBM은 기존에 삼성전자 등 반도체 시장의 주력상품인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혁신적인 메모리로 AI 연산에 필수적인 부품이다. 일반 D램보다 몇 배 비싼 가격이 형성되어 있지만, 수익성은 월등히 높기 때문에 영업이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보인다.
외신에서도 삼성을 향한 우려를 보내며 “삼성에 D램은 최대 수익원으로 오랜 기간 독주 체제를 구축하며 고수익을 얻어냈지만, 이제 다른 기업에 바짝 쫓기는 상황이다”라며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D램 사양이 향상되는 가운데 시장을 빠르고 정확히 읽지 못한 것이 뼈아픈 결과로 발생한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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