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혼인 무효’ 가능해져…대법이 40년만에 판례 변경한 이유
결혼 당시 실질적 합의가 중요
대법원 불안정 인정해 무효화
사기 결혼 연예인 다시 화제
대법원에서 40년 만에 종전 판례를 뒤엎고 이미 이혼했더라도 자기 뜻과 다르게 하거나 서로 합의가 없던 혼인에 대해 무효를 구할 수 있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종전 판례는 이미 이혼을 결정한 이들에게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혼인을 무효로 하지 않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0년 기준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으로 총 14명으로 구성되며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어 진행한다. 이번 판결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 12명이 참여한다. 통상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회 및 정치적으로 논란이 발생했거나 파급력이 큰 사건을 담당하므로 결정된 선고 결과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특히 이번 판결은 지난해(2023년) 12월 취임한 조 대법원장이 처음으로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을 맡아 내놓은 판결로 사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 23일 주심 노태악 대법관이 포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 사건에 대하여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해당 재판은 전남편을 상대로 혼인 무효 청구 소송을 낸 A 씨의 사건으로 상고심에서 대법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여 원심의 결정을 깨뜨렸다.
이번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은 “혼인 관계가 될 경우 무수한 법률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이 관련 분쟁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라며 “이혼을 통해서 혼인 관계가 이미 해소되었더라도, 혼인 무효를 요구할 이익이 인정되는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무효화 된 혼인은 처음부터 결혼 관계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지만, 이혼인 관계는 법적으로 결혼이 종료되어도 이전에 혼인으로 발생한 법률관계는 여전히 유효하게 적용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A 씨는 어떠한 사유로 혼인 무효 판결을 받게 되었을까? 재판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001년 결혼을 했고 짧은 결혼생활 후 2004년 결혼을 마무리 지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1029년 A 씨는 “혼인에 대한 의사를 결정할 수 없을 정도로 결혼 당시 불안과 강박상태에 빠져 실질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혼인 신고를 했다”라고 주장하며 혼인 무효 소송을 냈다.
A 씨는 당시 극도의 혼란으로 발생한 일이며, 이혼이 아니라 무효 상태로 바뀌면 미혼모 가정으로 국가에 인정받아 지자체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호소했다. 하지만 당시 1심과 2심 재판장에선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유는 종전 대법원 판례에 이러한 이유로 혼인 무효화를 결정한 사건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재판부는 A 씨의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는 무익한 고소 및 고발 사건의 남용을 제한하기 위해 범죄 혐의가 없거나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사건 자체를 종결하는 것이다. 당시 1·2심 재판부는 지난 1984년 대법원이 판결한 “혼인 관계가 이혼 신고로 해소됐다면, 혼인 무효를 확인할 법률상 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를 따른 것이다.
대법원 한 관계자는 “이번 전원합의체의 판결은 포괄적인 법률 분쟁을 이혼 후 혼인 무효를 통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대법원이 공개적으로 혼인 무효 확인에 해당하는 이익을 인정한 것이다”라며 “실질적으로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할 수 있게 되는 등 국민의 법률생활과 밀접한 분쟁을 해결할 수 있고 당사자의 권리 구제 방법 측면이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으로 사기 결혼을 한 연예인이 화제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낸시랭, 김현영, 정가은 등이 있다. 특히 낸시랭은 결혼 10개월 만에 상대방에게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그 이후 특수협박, 상해를 포함한 13개 혐의로 전남편을 고소했다.
그렇다면 사기 결혼으로 이혼한 연예인은 혼인 무효를 신청할 수 있을까? A 씨와 동일하게 결혼 당시 결혼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강박 및 불안이 높은 경우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혼인 무효화 재판은 민감한 내용으로 결과를 단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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