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파업 때문에 암수술도 미뤘는데…이젠 이런 문자까지 오네요”
전공의 파업 수술 연기
서울대병원 무기한 휴진
대형 병원 잇달아 ‘셧 다운’
최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결정하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8일 집단휴진’을 예고한 이후 환자단체가 연일 “환자 생명을 존중해 달라”고 절규하고 있지만 집단휴진의 움직임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 연세의대·세브란스병원이 무기한 휴진에 나서기로 했고, 가톨릭의대와 서울아산병원 등도 의협의 집단휴진에 동참하기로 하며 전국 40개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휴진을 결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한국 암 환자 권익협의회를 비롯한 6개 단체가 속한 한국 중증질환 연합회는 지난 12일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휴진 철회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28년째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태현 한국루게릭연맹회 회장은 “100일 넘게 지속된 의료 공백, 중증·응급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의사 집단행동의 결과로 골든 타임을 놓친 많은 환자가 죽음으로 내몰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의사들의 행동은 조직폭력배와 같다. 이들의 학문과 도덕과 상식은 무너졌다”고 밝히며 “법과 원칙에 따라 의사 집단의 불법 행동을 엄벌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 암 환자의 가족이라는 B 씨는 “지난봄부터 수술이 무기한 연기됐다. 겨우겨우 외래진료만 받아왔는데 이제는 외래 진료도 오지 말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피해는 환자만 입는다”라고 밝혔다.
이는 2월 말부터 시작된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파업 시작과 함께 수술의 무기한 연기 통보를 받은 환자들이, 이번 무기한 휴진으로 외래 진료마저 무기한 연기 수순을 밟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변인영 한국 췌장암환우회 회장도 “사랑하는 가족이 죽어가도 참고 숨죽여 기다렸지만, 그 결과는 교수님들의 전면 휴진이었고 동네 병원도 문을 닫겠다는 것이다. 그저 살다 보니 병을 얻었는데 치료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부디 생명의 가치를 존중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어지는 휴진과 수술의 무기한 연기에 환자들의 탄식은 늘어가지만, 휴진에 동참하는 병원이 점차 늘며 사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병원뿐만 아니라 연세대 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의협 집단휴진 일인 18일 이후에도 정부가 사태를 해결하려는 조처를 하지 않으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시행하겠다고 밝히며 환자들의 고통은 늘어날 전망이다. 이어 서울성모병원·여의도성모병원 등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과 서울아산병원도 18일 휴진하기로 했고, 경북대병원 등도 휴진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전국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에 이어 이날 전의교협까지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집단휴진의 외연은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무기한 휴진을 결정했지만, 서울대병원 내 의사를 제외한 노조가 이를 거부하면서 교수들이 환자에게 직접 전화해 ‘진료를 1주 뒤로 연기한다’고 통보하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지금까지 많은 교수들의 휴진 결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나, 실제 휴진 규모는 아직 예측되지 않는다. 이는 빅5 병원 대다수가 휴진에 동참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노조가 이를 반대하고, 병원장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는 등 집단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휴진을 가장 먼저 예고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는 ‘전공의들에 대한 명령 취소’를 요구하지만,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현재 교수들과 의협은 집단휴진을 내세우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으나, 실제 휴진의 규모가 파악되기 전까지 시민들의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공의들과 대화에 나서겠다고 재차 강조했으나 의료계와 정부의 대화는 서울의대 비대위 등과 진행될 뿐 전공의들의 참여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오는 18일 동네 의원인 1차 의료기관부터 대학병원인 3차 의료기관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셧다운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주요 대학병원들이 무기한 휴진 결의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빅5병원 등 주요 대형 병원과 달리 분만병원 140곳은 ‘산모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밝히며 파업 불참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분만병의원협회 오상윤 사무총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분만을 하는 산과(産科) 의사들은 산모와의 약속을 깰 수 없다”며 “분만 병원은 오는 18일 대한의사협회 차원의 총파업 날에도 정상 진료한다”고 밝혔다. 이어 휴진하는 분만 병원은 없을 것이며 산모를 볼모로 휴진을 내세울 이유는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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