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두렵죠” 오직 한국 법조계에서만 존재한다는 문화
법조계 ‘밥총무’
초임검사·변호사가 맡아
현재는 사라진 문화
최근 사라진 문화로 알려져 있지만 법조계에 만연했다는 ‘밥총무’가 화제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한 방송에 출연해 밥총무를 해본 경험이 있다고 말해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법조계에서만 존재한다는 특이한 점심문화 밥총무란 무엇일까.
법조계에 따르면 밥총무는 부서의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 예약을 비롯해 식비 모금, 정산 등을 도맡아 처리하는 일을 뜻한다. 주로 막내 검사, 변호사가 맡아 처리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업무 평가보다 밥총무 실적에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여러 선배의 다양한 취향으로 개개인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밥총무의 업무는 매달 10만 원에서 30만 원씩 직급에 따라 돈을 걷은 뒤 매주 정해진 날 부원들의 식당 예약 및 돈 관리를 하므로 오전 시간을 다 날리는 경우도 허다하게 발생했다고 전해진다. 과거 A 검사는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밥총무에 대해 설명했다.
A 검사는 “초임 검사는 아침에 밥총무 일밖에 안 한다”라며 “가족 없이 지방에 온 검사들은 혼자 밥 먹으러 다니니까 점심때 맛있는 걸 먹고 싶어 한다. 하지만 선배마다 메뉴와 식당에 대한 요구사항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 검사는 “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 바쁘니 가까운 곳에 가자는 의견 등 아침마다 수십 개의 쪽지가 오기 때문에 이를 조율하다 보면 오전 시간이 다 가기도 했다”라고 회상했다. 밥총무는 지난 2017년 9월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밥총무를 폐지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후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인터뷰는 지난 2018년 1월 인터뷰한 내용으로 지시를 내린 이후에도 여전히 계속되었으며, 동아일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여전히 일부에선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검사 출신 변호사 B 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한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B 씨는 ‘초임 검사의 일상-밥총무 점심대작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B 씨는 “직장인의 경우 점심시간이 되면 행복해하지만, 초임 검사는 아니다”라며 “출근할 때부터 오늘은 어디를 갈까. 오늘은 또 뭘 먹나 등의 고민을 한다”라고 말했다. 밥총무업무 때문이다. 과거 초임 검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밥총무라고 할 정도인 것으로 전해진다.
B 씨는 “식당 예악과 인솔, 공지를 돌리는 등 밥총무의 업무가 많다”라며 “이거 잘하려면 부장님은 뭘 좋아하고, 수석님·차석님은 뭘 좋아하는지 분석해야 한다”라고 엄청 힘든 경험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식당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선배 검사가 ‘우리 OO 검사는 나를 굶겨 죽이려고 작정했나 봐’ 등의 압박을 받은 경험도 공유했다.
이러한 상황으로 막내 검사 사이에서는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비전의 문서가 있다고 밝혔다. B 씨는 “검찰청 주변 식당들이 망라되어 있는 매뉴얼 같은 것이 공유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엑셀 파일 사진을 첨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밥총무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고 B 씨는 설명했다. B 씨는 “이것도 옛날에는 막내 검사실에 있는 직원분이 예약을 대신 해줬다고 한다”라며 “하지만 요즘에 그러면 큰일 난다. 갑질 센터에서 바로 연락이 온다”라고 말했다. 감사실에서 조사를 나오는 것이다. 실제 법률신문 등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로펌에서도 밥총무가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한편 지난 2021년 KBS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문제아들’에 출연한 윤석열 대통령 또한 밥총무과 관련한 문제가 나오자 “이건 모를 수가 없다”라며 단번에 문제를 맞히기도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센스 넘치는 메뉴 선정 등으로 평균보다 오랜 시간 밥총무를 맡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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