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감독 안 한다더니…홍명보 감독이 집까지 찾아온 이임생 이사에게 한 ‘첫 마디’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홍명보 감독 선임을 위해 그를 직접 만나 설득한 내용을 밝혔다. 이 이사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A대표팀 새 감독으로 홍명보 현 울산 HD 감독을 선임한 과정과 이유를 설명했다.
이 이사는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 이유로 과거 A대표팀 감독 재임 경험, 다른 외국인 감독들보다 구체적인 성과 달성, 현재 한국 축구대표팀에 필요한 ‘원팀’ 강조 리더십 등을 꼽았다.
이어진 질의응답 순서에서 이 이사는 “홍명보 감독이 최근까지 A대표팀 감독을 고사했는데 어떻게 설득했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 이사는 “솔직하게 다 말씀드리겠다. 정말 한국 축구가 어떻게 가야 되는지 저 스스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한 뒤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시울을 붉혔다.
잠시 말을 고른 이 이사는 “(외국인 감독) 후보자분들이 너무나 열심히, 연봉 문제도 다 받아들이셨고, 아무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하이프레싱(강한 압박 전략) 철학을 가진 분들을 짧은 시간에 우리 선수들한테 요구하는 게 맞는가. 우린 빌드업을 통해 기회를 창출해야 하는데, 이분들의 철학을 완벽하게 입힐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며 “홍명보 감독의 울산 현대는 빌드업, 기회 창출에서는 K리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다 맞다는 게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어떤 감독을 만났을 때 가지고 있는 걸 크게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가지고 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한 결과 (홍명보 감독을 선택한 것)”이라며 “이런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감독과의 구체적인 접촉 시기를 묻는 말에는 “(대표팀 감독 선임 총괄을 맡게 된 직후) 외국인 감독 후보를 만나기 위해 유럽 출장을 갔다. 한국에 들어와서 바로 홍명보 감독을 만났다”며 “그전에는 제가 홍 감독을 접촉해서도 안 되고 접촉할 위치도 아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홍명보 감독이 만나주실까 고민과 두려움도 있었다. 홍 감독과 처음 만났을 때 저에게 ‘절차상 온 거냐?’, ‘그 안(협회 내부)에서 얼마나 나를 평가한 거냐?’ 우선 이 두 부분을 얘기했다. 그래서 제가 평가하고 결정한 과정을 다 설명했다. 그다음 왜 홍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위해 헌신해 주셔야 하는 지를 말씀드렸고 A대표팀뿐 아니라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계성 부분을 이끌어주십사 몇 차례나 부탁드렸다”며 홍명보 감독의 반응을 전했다. 말을 마친 이 이사는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이임생 이사는 브리핑 말미에 “K리그 팬분들, 울산 팬분들, 울산 구단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울산 구단에서 홍명보 감독을 보내주시기로 약속했기에 너무나 감사하고 특히 팬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홍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기 전날인 지난 5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21라운드 수원FC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이임생 기술이사를 만날 생각은 없다.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어느 얘기도 들은 바 없어 고민도 해보지 못했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이날 늦은 시간 집 앞으로 찾아온 이 이사와 만나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제안받았다. 그간 대표팀 감독직에 선을 그어왔던 홍 감독은 결국 다음 날 오전 9시, 협회 측에 전화를 걸어 수락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홍 감독은 빠른 시일 내에 울산 HD(울산 현대)의 지휘봉을 내려놓고, 당장 9월에 예정된 A대표팀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대비에 나설 계획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10년 만에 대표팀 감독으로 복귀한 홍명보 감독은 오는 9월 5일, 팔레스타인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서 데뷔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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