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감독 못 뽑은 결정적인 이유는…” 축구협회 전력강회위원 충격 폭로
“전력강화위원회는 앞으로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5개월 동안 무얼 했나 싶다.”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한 박주호는 지난 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와 같이 말했다.
지난 7일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홍명보 감독 선임 관련 브리핑에서 “기존 전력강화위원회를 존중했고, 줌 미팅을 통해 참석한 5명에게 동의를 받았다”며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박주호는 전력강화위원 사퇴를 선언하며 “지난 5개월이 허무하다. 홍 감독의 선임은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게 아니다”라며 “내부에서 활동한 실무자인데도 몰랐다”고 밝혔다.
전력강화위원 A 씨도 박주호의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스포츠경향을 통해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결국 돈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많은 축구 팬들이 우려했던 가장 현실적인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는 뜻이다.
지난 3월 대한축구협회는 언론을 통해 외국인 지도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연봉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알려진 최대 금액은 30억원 안팎이었다. 국내 축구 팬들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너무 적은 것 아니냐며 반발했지만, 실상은 이보다 더했다.
A 씨는 “우리는 제시 마쉬 감독의 영입이 왜 실패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친구는 정말 한국행에 진심이었다”며 “협상에 나섰던 협회가 불발됐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가 생각했던 금액의 절반도 되지 않는 연봉으로 접촉해서 생긴 일이다. 구체적인 금액은 말하기 어렵지만 150만달러(약 20억원)보다 훨씬 아래”라고 밝혔다.
심지어 전력강화위는 이 금액에 대해 지난 6월 제8차 회의에서 참관인 자격으로 참여한 협회 직원을 통해 처음 들었다.
A 씨는 “차라리 일찍 알았다면 시간을 버리지 않고 현실적인 외국인 지도자를 찾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력강화위는 제9차 회의부터 국내 감독을 영입하는 쪽으로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전력강화위는 마지막 10차 회의에서 거스 포옛 전 그리스 축구대표팀 감독과 데이비드 와그너 전 노리치시티 감독 그리고 그레이엄 아널드 호주 축구대표팀 감독, 홍 감독 등 4명을 최종 후보로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협회의 연봉 가이드라인을 수락한 것은 와그너 감독이 유일했다.
와그너 감독은 한국 대표팀 운영 방안부터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전에서 만날 중동팀에 대한 대처법 등 상세한 내용을 담은 50쪽 분량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협회의 아무런 언질 없는 일방적인 대표팀 감독 선정 발표뿐이었다. 와그너 감독 측은 황당함과 실망감, 불쾌함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박주호는 축구협회 내부에서 국내 감독을 사실상 내정한 듯한 움직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의 시작도 전부터 ‘국내 감독이 낫지 않아?’ 하는 대화로 벌써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외국 감독에 대해 논할 때는 이것저것 따지며 반대 의견을 내는데, 국내 감독에 대해 언급하면 무작정 좋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A 씨도 마찬가지로 “돌고 돌아 홍 감독으로 갈 것이라면 차라리 그때 결론을 냈어야 했다. 우리가 바닥에 버린 시간이 아깝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