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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세운 소주 왕국의 몰락”…10년 못 버틴 재벌 2세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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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그룹 장진호 회장
탈 주류 선언 사업다각화 모색
주력 기업 진로만 하이트 인수

“아버지가 세운 소주 왕국의 몰락”…10년을 못 버틴 재벌 2세의 최후
출처 : KBS

리브랜딩을 통해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은 진로는 운영사인 ‘하이트 진로’의 제품이 아니었다. 진로는 당시 ‘진로그룹’이라는 운영사 아래 높은 영업이익과 시장점유율을 자랑했으나, 결국 모기업을 잃고 하이트에 인수됐다.

이는 지난 2004년 진로그룹이 1년의 법정관리 끝에 주인 잃은 기업이 되며, 주식 역시 법원의 정리 계획안 인가에 따라 전량 휴지 조각이 되며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로 그룹은 왜 망했을까?

진로그룹은 지난 1924년 보통학교 교사였던 장학엽 회장이 동업자 2명과 함께 평안남도 용강군에 ‘진천양조 상회’를 설립한 것이 시초다. 이북에서 계속해서 사업을 하던 장학엽 회장은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자 월남해 부산에서 동화양조, 구포 양조를 거쳐 상경해 서광 주조를 차렸다.

“아버지가 세운 소주 왕국의 몰락”…10년을 못 버틴 재벌 2세의 최후
출처 : SBS

당시 서광 주조는 원숭이를 마스코트로 삼아 운영했으나, 교활하고 음흉한 원숭이의 인식을 탈피하기 위해 마스코트를 두꺼비로 변경했는데 이것이 현재 진로 소주의 시초가 된다. 이어 서광 산업을 최초의 계열사로 두며 사업 확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장학엽 회장은 1961년 진로그룹의 회장이 됐다.

회장 취임 5년 후 서광 주조는 진로 주조로 상호를 변경했으며, 이후 1975년 ㈜진로라는 사명으로 변경했다. 당시 중앙발효 공업을 인수하고 수유 유리공업, 도원 관광, 성미 쥬리아 등을 인수하고 설립해 서서히 사업 다각화를 모색했다. 다만, 1975년 장학엽 회장은 조카 장익용에게 회사를 맡겼다.

이는 자신이 50세에 낳은 아들 장진호가 당시 나이 23세로 그룹을 이끌기에는 역부족하다는 판단하에 사촌인 장익용에게 경영권을 넘긴 것이다. 그러나 장학엽 회장의 사후 장진호가 사촌 장익용 몰래 우호 지분을 끌어모아 주주총회에 나서 경영권을 장악하면서 진로 그룹의 몰락은 예견됐다.

“아버지가 세운 소주 왕국의 몰락”…10년을 못 버틴 재벌 2세의 최후
출처 : 뽐뿌

1988년 36세의 나이로 진로그룹의 회장으로 취임한 장진호 회장은 주류와 관계없는 사업까지 건드리기 시작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세를 확장한 장진호 회장은 취임 한 달 만에 탈(脫) 주류를 선언하고, 유통업 진출로 사업다각화에 뜻을 내비쳤다. 장진호 회장은 그룹 사업의 5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주류 식품 부문을 30%로 낮추고 광고·유통·전선·제약·종합 식품·건설·유선방송 등으로 사세를 확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진로그룹 총매출은 1987년 계열사 9곳 도합 4,100억 원에서 1996년 계열사 24개 도합 3조 5,000억 원으로 늘며 재계 순위 19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이같이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계열사들에 출자금, 대여금 등으로 많은 자금을 지원했는데, 2조 원대의 지원에도 신규 계열사의 경영 성과는 부진해 부채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 부닥쳤다.

결국 1995년 진로 인더스트리즈의 부채비율은 6만 %에 달했고, 진로쿠어스맥주와 진로 건설은 자본 잠식에 빠져 지주사 (주)진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가 경영악화 상태에 도달했다. 소주 판매로는 이런 자금난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

“아버지가 세운 소주 왕국의 몰락”…10년을 못 버틴 재벌 2세의 최후
출처 : MBC

당시 진로그룹의 자기자본 비율이 4.3%밖에 되지 않았으며 결국 1997년 396억 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진로그룹은 부도라는 처참한 상황에서도 채권단에게 파산을 예방하기 위한 화의 인가 결정을 받았으나 결국 2003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2005년 하이트 맥주에 매각됐다. 당시 있던 진로그룹의 계열사들은 다른 회사에 인수되거나 청산절차를 밟아 뿔뿔이 흩어지며 소주 왕국은 완전한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아버지가 세운 소주 왕국의 몰락”…10년을 못 버틴 재벌 2세의 최후
출처 : 뉴스 1

한편, 소주 왕국의 몰락을 이끈 장진호 회장은 2003년 5,696억 원 사기 대출, 비자금 75억 원 횡령 혐의로 구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지난 2004년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5년을 받고 풀려난 그는 2005년 캄보디아로 도피해 ‘찬삼락(Chan Samrach)’으로 살며 ABA 은행을 중심으로 재기를 모색했으나 탈세 문제가 불거지며 또 한 번의 도피 길에 오른다.

2010년 중국으로의 도피를 선택한 그는 게임업체와 더불어 다양한 사업에 투자하고 현지인 법인을 통해 회사를 운영했지만 2015년 4월 3일 중국 베이징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지며 허망한 끝을 맞이했다. 하이트맥주에 인수된 진로는 현재까지 국내 최장수 1위 브랜드 중에 하나로 꼽히며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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