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사장이 매장 27곳 하루아침에 철수하고도 박수받은 이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골목상권 침해 논란
해명 대신 사업 철수 선택
최근 재벌가들의 경영권 승계가 3·4세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때 재벌가의 딸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베이커리 사업으로 이들 중 대부분은 사업을 키웠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2년 베이커리 사업을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사업 철수 당시 국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떠났던 베이커리 사업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가 이부진의 베이커리 사업인 ‘아티제’다.
호텔신라의 이부진 사장은 지난 2004년 고급 베이커리 카페인 ‘아티제’를 론칭하며 베이커리 사업에 도전했다. 당시 아티제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유럽형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카페로, 현재도 고급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아티제는 국내에서 맛보기 어려웠던 고급 디저트와 빵 등을 취급하며 까다로운 입맛의 강남 주민들을 사로잡았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1호점을 연 아티제는 인기를 끌자, 잠실, 도산대로, 압구정 등 매장 수를 빠르게 늘려갔다. 유럽식 건강빵을 필두로 고급 디저트 등이 인기를 끌자, 아티제의 매장은 전국 27곳으로 입지를 넓혀갔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부진 사장은 아티제의 출시부터 신경을 쓰며 인테리어 컨셉을 비롯해 메뉴 개발까지 직접 챙길 정도로 사업에 대한 애정이 넘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런 이부진의 애정을 가로막은 사태가 2012년 벌어지며 이부진은 베이커리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는 지난 2012년 여러 재벌그룹이 경쟁적으로 베이커리 사업에 진출하고 있던 것을 두고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며 시작됐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지난 2003년 1만 8,000개에 달하던 영세 자영업자들의 빵집 수가 7년 만에 4분의 1 수준까지 줄었다는 통계와 함께 재벌가를 향한 차가운 시선을 만드는 데 충분했다.
이어 국회에서도 이런 논란에 대한 논의가 나왔다. 논란이 지속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시 베이커리 사업에 진출했던 삼성그룹과 롯데그룹, 신세계 그룹 등의 베이커리 사업을 대상으로 부당 지원 행위 여부를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이들이 사업을 접을 생각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벌 2·3세 본인들은 취미로 할지 모르겠지만 빵집을 하는 입장에선 생존이 걸린 문제다”라며 “(2·3세들이) 중소기업 업종을 한다고 해도 그런데 소상공인 업종까지 하느냐”고 언급하며 사실상 재벌가에서는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이들이 사업을 접을 때 “진작에 철수하지”, “소상공인 다 죽여놓고 이제 와서 철수하면 뭐 하냐?”와 같은 비판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는데, 이부진 사장의 경우는 달랐다. 이부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 직후 곧바로 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른 기업들이 눈치를 보며 사업을 접지 않으려고 상황을 살피고 있을 때 지점 27곳에 대한 권한을 하루아침에 정리한 것이다. 아티제 27곳에 대한 권한에 대한 제분에 넘김과 동시에 당시 홈플러스와 함께 합작으로 만들었던 아티제블랑제리의 지분을 홈플러스에 넘기며 완전하게 베이커리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부진 사장의 사업 철수가 박수받는 이유는 발 빠른 철수에 그치지 않는다. 당시 아티제 베이커리가 입점해 있던 곳은 대부분 오피스 빌딩이었기 때문에 골목 상권 침해와는 거리가 있었다. 사실상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은 아티제 베이커리에 해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호텔신라 측은 “저희 호텔신라는 사회와의 상생 경영을 적극 실천하기 위해 커피, 베이커리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습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도의적인 차원에서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이부진 사장은 ‘참된 재벌, 정직한 재벌’, ‘이부진은 상황 판단이 빠르고 신속하게 행동한다.’, ‘시원한 행보가 좋다, 한국 경영인 중에 제일 호감형’ 등의 평가를 받으며 박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한제분의 인수 이후 아티제는 늘어나고 있는 베이커리 브랜드와의 경쟁 등으로 인해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대한제분이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식음료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0.38% 감소한 1,033억 원, 영업손실은 23억 5,000만 원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저가 커피 브랜드의 수요 상승 등으로 프리미엄 커피나 베이커리 브랜드의 매출 하락이 이어지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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