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경영 실패 끝판왕’이라는 재벌 2세, 이유 알고 보니…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무리한 인수로 유동성 위기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 사태’ 일으켜
그룹 역사상 최악의 총수인 것도 모자라 한국 경제사에서 최악의 회장이라 불리는 기업인이 있다. 선대가 이룬 업적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다.
금호그룹 박인천 창업주의 다섯째이자 3남인 박삼구 전 회장은 금호타이어에서 근무를 시작해 금호그룹 전무이사, 부사장을 거쳐 1980년 금호실업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1991년 아시아나항공 사장, 2001년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은 후 2002년 둘째 형인 박정구 회장이 폐암으로 사망하자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박인천 창업주 이후 차례대로 그룹을 승계받은 장남 박성용, 차남 박정구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계 서열 10위권 내로 진입시켰다.
당시 그룹은 고속버스 사업으로 터미널과 같은 부동산 자산과 국내 고속버스 시장에서 최대의 점유율을 갖췄었다. 여기에 생명보험, 타이어, 항공사, 석유화학 등 캐시카우 사업만 영위했다.
그러나 박삼구 전 회장은 이 자산을 믿고 과욕을 부림과 판을 크게 벌이는 바람에 그룹을 사실상 해체 단계로 몰아넣었다.
지난 2006년 박 전 회장은 그룹 외형을 키우기 위해 적정가보다 높은 액수인 6조 4,000억원에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이어 2년 만인 2008년 대한통운을 4조 1,000억원에 인수해 그룹 덩치를 키웠다.
그러나 그해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며 대침체가 터지자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결국 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2009년 재매각했다. 이 사태로 인한 책임을 지고 박 전 회장은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단 15개월 만에 그는 경영에 다시 뛰어들었다. 과오를 만회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까지 매각 작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운영이 엉망이 됐다. 기내식이 제때 실리지 않아 항공기 출발이 지연되거나 기내식 없이 이륙하는 이른바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 사태’가 일어났다.
결국 아시아나항공도 2019년 매각이 결정됐고, 이제 그룹에는 금호고속과 금호건설만이 남아있다. 박 전 회장도 같은 해 퇴임했다.
한때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랐던 그룹은 2020년 재계 순위 50위권 밖으로 밀려난 뒤 현재 지난해 기준 23위까지 회복했다.
박 전 회장은 형제 경영 기조를 깨뜨리고 세습 경영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가 퇴임한 후 가풍에 의하면 박찬구 석유화학 부문 회장에게 경영을 승계했어야 했지만, 당시 대우건설 인수를 두고 형제 사이가 틀어져 박찬구는 석유화학 부문을 계열분리한 다음 독립해 나갔다.
박 전 회장의 아들 박세창은 2002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 금호타이어 부사장, 아시아나IDT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21년 금호건설 사장에 올랐고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한편 박삼구 전 회장은 지난 2021년 경영 복귀 당시 계열사 자금을 횡령하는 등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된 후 지난해 11월 열린 2심에서 징역 10년을 받았다.
당시 검찰은 “박삼구 등은 총수 일가의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범행했고, 그 결과 아시아나항공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입혔다”도 강조하며 박 전 회장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회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재판에서 거론되는 사항들은 모두 풍전등화의 위기 위에 놓인 그룹을 어떻게 재건할 수 있을지 임직원들과 고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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