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블랙 요원 명단’ 유출한 군무원…간첩법 적용 가능할까?
정보사 기밀 개인 노트북에 옮겨
간첩죄 ‘적국’에 누설해야 해당
중국 등 ‘외국’은 적용 안 돼
국방부 중앙군사법원은 ‘블랙 요원 명단’ 등을 누설한 혐의로 정보사 해외공작부서 소속인 군무원 A 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 씨가 기밀을 누설한 대상은 중국 국적 동포(조선족)로 알려져 간첩법이 적용될지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간첩죄의 경우 ‘적국’에 국가기밀을 넘겼을 때 적용된다. 한국의 적국은 북한으로 중국, 일본, 미국 등 외국에는 기밀을 넘겨도 간첩죄가 아닌 형법의 공무상 비밀 누설죄를 비롯해 군사기밀 보호법 등이 적용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의 간첩죄가 외국이 아닌 적국으로 명시되어 있는 것은 적과 우방이 뚜렷이 구분되던 냉전 시대에 도입된 조항이기 때문이다. 즉, 중국 국적 동포에게 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은 군무원 A 씨가 간첩죄에 적용되기 위해선 해당 기밀을 받은 중국 국정 동포가 북한으로 기밀을 넘겼는지 입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A 씨의 경우 중국 국적 동포에게 기밀을 유출한 혐의에 대해서 우선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A 씨는 자신의 노트북이 해킹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방부에 따르면 A 씨의 부대 밖 개인 노트북엔 블랙 요원 정보 등 여러 기밀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해당 기밀은 정보사령부 해외공작부서 사무실 밖으로 누설되면 안 될 기밀로 알려졌다. A 씨가 자신의 개인 노트북에 기밀 정보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여러 보안 절차를 어겨야 하여 의문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정보사 내부 통신망은 보안을 위해 민간이 이용하는 상업 통신망과 분리되어 있다. 즉 민간 통신망과 차단된 것이다. 정보사 내 컴퓨터에서는 컴퓨터 바이러스 감염을 비롯해 기밀 유출 방지 등을 우려하여 이동식 기억장치(USB) 사용도 금지한다.
더하여 정보사의 군사기밀 복사와 이동은 관리자의 승인을 받은 후 종이로 출력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즉, A 씨는 이러한 절차를 무시한 채 자신의 개인 노트북으로 해당 정보를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A 씨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A 씨의 구체적인 범죄사실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자세한 설명이 제한된다”라며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수사를 하는 국군방첩사령부는 “향후 수사 진행 상황에 관하여 언론에 적절한 시점에 설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블랙 요원 정보 등 중대한 사안인 만큼 국방부에서도 구속 수사를 통해 엄중히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군 관계자는 “피의자를 간첩 혐의로 기소하여 법원이 유죄 판결을 판단하려면,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해 혐의를 입증해야 하므로 장기간 수사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상황으로) A 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할 만큼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중대한 사안으로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라며 “앞으로 수사를 통해 A 씨와 중국 국적 동포와의 관계를 비롯해 중국 국적 동포와 북한과의 관계 등 정확한 기밀 유출 경위를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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