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반말 관련해서 자주 얘기 나오는데 – 실시간 베스트 갤러리
그냥 평소에 생각하던 거 좀 써보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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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국어나 일본어나 똑같이 존댓말/반말 개념이 있는 건 맞지만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지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한국어와 일본어의 경어 체계의 차이하면 나오는 말이 절대경어와 상대경어인데
절대경어는 상하 관계(연령, 지위 등)를 기준으로 표현하고
상대경어는 친소(친한지 안 친한지), 우치/소토(가족인지 아닌지, 같은 집단인지 아닌지) 관계를 기준으로 표현함
그리고 한국어는 절대경어의 경향이 강하고, 일본어는 상대경어의 경향이 강함
물론 경향이 강할 뿐이라는 거지 일본어는 상하의 관계를 신경 안 쓰는 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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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이 길었는데 아무튼 갤에서 “일본에서 점원/역무원 등의 일본인에게 반말을 들었다”는 글이 올라오면
“일본은 반말해도 괜찮은 문화임, 일본어랑 한국어랑 다름” 이런 식의 댓글이 달리곤 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고 생각함
일본어에서는 위에서 말한 상하, 친소, 우치/소토 관계에서 하나라도 걸리는 게 있으면 일단 경어를 쓰는 게 맞음
각각 예를 들어서 말해봄
1. 우치/소토 관계
일반적인 일본인 가정이라면 부모-자식 사이에서는 タメ口가 디폴트임
가족이라는 집단은 가장 기본적인 우치에 해당하기 때문
반대로 소토에 속하는 사람에게는 경어를 쓰는 게 디폴트임 (이게 특히 두드러지는 게 비즈니스 일본어)
2. 친소 관계
친한지 안 친한지는 주관적인 가치판단이 들어갈 수 있지만 우선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안 친한 사이임
따라서 처음 만나는 사람,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경어를 쓰는 게 디폴트임
3. 상하 관계
한국인이라면 가장 익숙한 부분이기도 함
자기보다 나이, 입장, 지위 등이 높다면 경어를 쓰는 게 디폴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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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본어 경어의 특성을 인지한 상태에서 다시 “일본에서 점원/역무원 등의 일본인에게 반말을 들었다”는 걸 되짚어보면
대부분의 경우 나랑 같은 집단에 소속되지도 않았으며, 면식이 있는 것도 아닐 거임
또 손님이 점원보다 낮은 입장은 결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반말해도 괜찮은 문화임” 같은 소리는 왜 나오는 걸까?
그건 앞서 말했듯이 일본어가 상대경어의 경향이 강해서 그럼
즉 상대가 나보다 나이가 많더라도 친한 사이라면 경어를 쓰지 않아도 괜찮은 경우가 있음
예를 들어 손님과 사장 모두가 허물없이 즐겁게 얘기하는 이자카야에서
친근감을 표하기 위해 거기 있는 사람들과 반말로 대화해도 큰 문제는 없을 거임
이처럼 적절한 때와 장소와 상황이 갖추어져 있을 때라면 “일본은 반말해도 괜찮은 문화”라는 게 맞는 말이겠지만
반말을 들었다는 대부분의 글은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완전히 맞는 말이라고 보긴 힘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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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니 뇌피셜 아님? 일본인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음?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최근 일주일 사이에 올라온 트위터 글부터 가져와봄
손님한테 반말에다가 엄청 위압감 내뿜는 점원 대체 뭐임?
점원과 손님이 반말로 대화하는 거 ㄹㅇ 싫음
몇 번인가 점원한테 반말 들은 적 있는데 꽤 기분 나쁨
내가 니 손자임?
물론 분위기 달아올라서 반말 나오는 건 ㄱㅊ
점원한테 반말하지 마셈 친구 아님
점원한테 반말하면 점원도 반말로 접객할 수 있는 법 제정 좀
처음 와 본 미용실 점원이 반말하는 곳이라 한숨 나옴
손놈이 반말하는 건 빡치는데 좋은 손님이 반말하는 건 ㄱㅊ
반말로 말 거는 음식점 점원 짜증남 특히 라멘집
이온몰에 반말로 말 거는 점원 있어서 항상 화남
(생략) 손님이 자기보다 어리다고 반말하는 점원 ㅈㄴ 싫음
일본인들도 점원-손님 사이에 반말이 오가는 걸 싫어하는 의견이 많은 걸 알 수 있음
트위터뿐만 아니고
야후 지식인에서도 점원한테 높은 확률로 반말 당하는 거 스트레스라는 사람이나
자주 다니는 가게도 아니고 처음 본 상대한테 반말하는 점원한테 화난다는 사람
접객업 종사자가 고객한테 반말하는 건 좆으로 보는 거 아니냐는 의견
답변 중에는 “가게 분위기에 따라 다르지 않겠노? 물론 상대의 태도도 중요”라는 의견도 있음
여기까지만 살펴봐도 반말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한다는 일본인이 많다는 것도 알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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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 쓰긴 했는데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반말과 관련된 문제는 그 사람의 태도와 분위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거임
무조건적으로 기분 나빠할 필요도 없지만, 무조건적으로 일본은 반말하는 문화가 있다면서 옹호하는 태도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출처: 일본여행 – 관동이외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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