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회. 호불호는 조금 갈려도 맛있는 음식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한국에서 대부분의 육회는
소고기를 사용하여 만들어진다.
(*이 글에서도 별다른 말이 없으면
육회=소고기로 만든 위 짤같은 음식이다)
일본에서는 말고기 육회는 전통적으로 존재했지만,
소고기 육회는 낯선 음식이었다.
그러나 한국인들과 재일교포들이
소고기 육회를 먹는 것이 알음알음 퍼지며,
맛있는 소고기 육회가 일본에서도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맛있다. 그건 좋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인기에 비해 유통업계 및 식당, 관련 당국이
제대로 위험성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고기를 생식하는 건 구워먹는 것에 비해 위험성이 크기에
한국에서는 생식용 고기의 도축, 보관, 작업, 유통, 판매 등을
식약처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어요!
뭐 물론 그래도 가끔 사고가 터지긴 하지만,
일단 기준은 철저히 잡아놓은 상태입니다.
우리도 말고기랑 소고기 생식 안전을 위해서
1998년에 법을 만들었는데
유통업계에서는 그냥 구이용 소고기를 팔고
식당들이 알아서 그걸로 육회 만들던데?
생식용 소고기를 따로 유통하는 체계가 없어.
ㅅㅂ 뭐라고?
생식용 소고기 유통을 위한 기준이 따로 만들어지든 말든
우린 계속 그냥 구이용 고기 유통할 테니
요리하는 사람이 알아서 신선하다 싶으면 육회 만들어라는
미친 짓을 정부가 강력하게 제약하지 않은 결과,
결국 일본 국민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새 육회를 먹으며
병에 걸릴까 안걸릴까 랜덤가챠를 돌리게 된다.
‘야키니쿠 에비스’에서 집단 식중독 사태가 터져
5명이 죽고 24명이 중태에 빠지는 일이 벌어진다.
이 집단 식중독 사태는 유통자와 식당 모두
육회에 대한 위생에 신경을 안 써 일어난 일이다.
1. 냉동고가 작다고 고기를 서로 녹인 후 뭉쳐서 보관
2. 생간을 다른 고기와 같은 도마, 같은 칼로 처리
(*생간은 기생충 감염 등의 위험이 상당히 높음)
3. 제대로 처리 안 한 고기를 아깝다고 그냥 판매
4. 폐사한 소의 고기를 생식용이라고 판매
1. 그렇게 온 고기를 위생검사도 안 하고 그냥 씀
2. 오염이 의심되는 부위를 제거하지 않고 그냥 씀
3. 일부 점포는 팔고 남은 고기를 다음날에 또 육회로 만듦
이라는 기적의 팀워크를 보여줬다.
이 정도면 이 새끼들은 육회가 안 상하는 완전물질이라고
진지하게 믿고 있었던 거 아닌가 싶을 정도다.
와 ㅈ됐네
일본 정부는 대규모 식중독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생식이 가능한 수준의 위생상태로 유통되는 소고기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2020년, 유족이 사장을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
‘국가 기준을 지켰어도 식중독을 막을 수 없었다’고
법원이 최종적으로 인정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과연 일본 정부의 새 규제는 무엇이었을까?
2011년 10월, 후생노동청이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렇게 규제를 통해
육회가 일본에서 귀해졌다고 해서
사람들의 식성마저 사라지진 않으므로,
그렇게 이웃나라 한국의 고깃집들만
여행 온 김에 진짜 ‘소고기’ 육회를 먹고 싶은
일본 관광객들로 간접적인 이익을 보았다.
일본인들의 머리에 육회가 깊고 그립게 남았는지,
참치(위 사진), 햄, 새우, 연어, 두부 등으로 만든
육회’풍’ 음식도 요즘은 유케(육회)라고 부른다.
물론 이쯤 되면 ‘육’회는 아니지만
뭐 만두도 고기 빼고 만쥬로 만든 친구들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자.
흐흐흐흐 맛있겠다 하면서 들어가면
일정 확률로 이런 함정카드가 나올 수 있으니
앞에 뭐가 붙는지 잘 확인한 후에 들어가도록 하자.
(*물론 말고기 육회는 아직도 문제 없이 잘 팔린다)
가열처리 해줬잖아
관련 자격증 취득했잖아
위생조건 만족했잖아
ㅅㅂ 다! 그냥 다 해줬잖아
그렇게 소고기 육회는 위생기준의 ‘정상화’를 통해
(합법적으로는) 고급 식당에서나 나오는
비싸고 귀한 음식으로 일본에서 팔리고 있다.
문제는, 너무 귀한 나머지
일본 사람들도 종종 진짜로
정부가 법으로 육회를 금지한 줄 알 정도라는 거지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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