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로 반도체 생산 성공해 세계 1위에 올랐던 재벌
아남그룹 반도체 시장
최초의 컬러TV 만들어
現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사이클에 오르며 하반기에는 더욱 가파른 실적 상승이 전망되며 2018년 반도체 초호황기 수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보고서가 증권가에서 제기됐다. 다만, 이와 다르게 주가는 최근 혼조세를 보이며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의 수혜주로 꼽히며 세계에서 손꼽히는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보다 수년을 앞서가 세계 정상 반도체 기업을 차지한 기업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반도체를 생산하고 반도체 조립으로 세계 1위에 올랐던 아남그룹이다. 아남그룹을 세운 김향수 창업주는 1970년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반도체 사업에 도전한 인물이다.
이를 통해 아남그룹은 199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30대 기업집단에 올라서는 등 빠른 성장의 발판이 됐다. 당초 김향수 창업주는 자전거를 수입해 판매하는 일만 무역공사를 세워 사업가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상호를 아남산업공사로 바꾸고 자전거 부품생산판매업에 진출한 그는 돌연 재계의 꿈을 내려놓고 정계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거 낙선 이후 정계의 꿈을 완전히 접고 다시 사업가로 성공을 위해 사업 구상에 집중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김향수 창업주의 눈에 들어온 사업이 반도체 사업이었다.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첨단산업 기술에 눈을 뜬 김향수 창업주는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사업을 하기 위해 자료를 쓸어 담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해외로 나가 정보를 수집하는 열정을 보였으며 결국 아남산업의 사업목적에 전자부품 제조업을 추가해 국내 최초의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
사실상 국내에 아무런 정보도 없는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를 위해 미국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장남 김주진과의 협업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앰코테크놀로지’라는 미국 내 반도체 판매회사를 설립한 김주진과 김향수 창업주는 아남 코리아 설립을 계기로 크게 성장하기 시작한다.
7명의 직원으로 반도체 공장을 밤낮없이 돌려가며 샘플 200개를 국내 최초로 만들어내며 사세가 급성장한 것이다. 7명으로 시작한 아남 공장은 1972년 한 해 동안 21만 원을 벌어들이며 직원 1,000여 명을 거느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후 아남그룹은 반도체 개발 및 수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금탑산업훈장을 받는 등 한국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아남그룹의 성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971년 뉴코리아전자를 인수하고 1973년 일본 마쓰시타 전기산업과 합작해 한국의 가전사업에 진출했다. 이에 따라 국내 최초로 컬러 TV를 생산하고 전자 손목시계인 ‘알펙스’를 생산하기도 했다. 김향수 창업주가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뒤 장남인 김주진이 회장을 맡으며 정보통신,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당시 아남그룹은 1998년 국내 자산 기준 재계 21위까지 오르고, 세계 1위의 반도체 조립 기업으로 불리며 높은 위상을 자랑했다. 다만, 당시 여느 그룹이 그랬듯 외환위기의 여파를 이겨내지 못한 아남그룹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IMF로 인해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이 불황의 늪에 빠지며 계열사를 청산하고 폐업한 아남그룹은 주력사업이었던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동부그룹에 넘겨야만 했다.
이와 더불어 아남그룹을 세계 1위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으로 만들었던 앰코테크놀로지가 아남그룹의 반도체 패키징 사업 부문을 역으로 인수하고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로 변경하는 등 뿔뿔이 흩어졌다. 다만, 현재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는 김주진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어 사실상 그룹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바와 다름없다.
현재 엠코 테크놀로지는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시장에서 세계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한 미국 내 11개의 생산기지를 필두로 활발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아남그룹의 창업주인 김향수 명예회장은 1980년대 초반 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에게 ‘D램 같은 메모리반도체 사업 진출’을 권유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는 대규모 장치 투자가 필요한 메모리반도체는 삼성 같은 대기업이 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 평소 친분이 있는 이병철 창업주에게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판단된다.
이 때문에 당시 삼성이 반도체 산업에 성공하면서 아남그룹의 인력들을 많이 스카우트 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향수 명예회장은 “아쉽긴 하지만 우리 회사 출신들이 곳곳에서 반도체 산업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밝히며 국내 반도체 산업의 부흥을 진심으로 바랐던 그의 모습은 현재까지도 많은 기업의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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