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선수가 실격되자 삼성 이건희 회장이 지시한 내용
런던올림픽 박태환 실격
부정 출발, 이건희 회장 반발
“판정 도움에 감사한 마음”
지난 2020년 별세한 삼성전자 이건희 명예회장은 스포츠에 큰 애착을 가진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특히 이건희 명예회장은 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 박태환의 실격 소식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판정 번복’이라는 역사를 쓰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박태환은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출발신호 전 움직였다는 이유로 실격(DSQ·Disqualified)을 당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박태환이 실격당하면서 결승 진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당시 IOC 위원이었던 이건희 명예회장은 현장에서 당시 상황을 직접 파악한 뒤 민첩하고 냉정한 대응을 이어갔다. 또한 탁월한 외교능력까지 발휘해 국제수영연맹(FINA)의 오심 결정을 끌어내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건희 명예 회장은 사건의 연유를 알아볼 것을 지시했고, 박태환이 출발 전 미세하게 움직였다는 이유로 심판의 재량에 의해 실격됐다는 소식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후 이건희 명예회장과 삼성그룹은 런던올림픽 조직위 등에 판정에 부당함과 재심 촉구를 요구하면서 판정 번복이란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판정 번복으로 결승에 올라간 박태환을 응원하기 위해 이건희 명예회장은 당시 경기 장면을 현장에서 관람하며 자리를 빛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품어온 박태환은 이건희 명예회장의 별세 이후 추모사를 통해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해다.
추모사를 통해 박태환은 “가족분들의 깊은 슬픔을 어떠한 말씀으로도 덜어드릴 수 없겠지만, 고인께서 부디 좋은 곳에서 평안해지시길 기원합니다”라고 글을 시작했다. 당시 이건희 명예회장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졌는데, 이를 고려한 박태환은 글로서나마 추모 소식을 전했다.
박태환은 이건희 명예회장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의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박태환은 “ 광저우아시안게임 자유형 200m 결승전에서 저의 최고 기록이면서 아시아 최고 기록으로 기분 좋게 우승한 순간, 故 이건희 회장님께서 메달 시상식의 시상자가 되어주셨다”라며 “‘수고했어요’라며 환한 웃음을 지어주시던 이건희 회장님과의 인연은 이때 시작되었다”라고 했다.
이어 박태환은 결승 진출에 실패할 뻔했던 2012 런던올림픽을 회상하면서 “베이징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 2연패를 향한 첫 경기인 400m 예선전에서 아무 문제 없이 터치패드를 찍고 전광판의 기록을 확인한 후 물에서 올라오는 순간 관중들의 환호와 야유가 뒤섞였다”라며 “전광판을 보니 실격 판정이었고, 순간 멘탈이 불안정해졌고 당황스러운 마음을 애써 숨기려 했지만 매우 힘든 순간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태환은 “결승 4시간 전까지 바뀌지 않던 실격 판정이 돌연 기적처럼 번복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라며 “결국 결승전에 올라가 은메달이라는 값진 결실을 볼 수 있게 되었으며, 추후 설명을 들으니, 모든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님께서 함께 해주셨다고 들었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태환은 “저의 수영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던 때, 이건희 회장님께서 항상 축하해 주시고 기쁨과 안타까움을 함께 해주셨던 그 시간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라고 했다.
한편 이건희 명예회장이 스포츠 업계에 남긴 족적은 화려하다. 이건희 명예회장은 지난 1996년 7월 애틀랜타올림픽 기간 중 개최된 제105차 IOC 총회에서 IOC 위원으로 선출된 이후 1996~2008년, 2010~2017년까지 IOC 위원을 지냈다.
이건희 명예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2017년 8월 IOC 의원에서 물러났지만, IOC는 지난 20년간 IOC 멤버이자 든든한 파트너사로서 국제 스포츠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이 회장의 공적을 인정하여 2017년 만장일치로 명예 IOC 위원으로 추대하며 예우를 갖추었다. 이건희 명예회장은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스포츠 업계의 ‘큰 별’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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