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이겼다” 일본 콧대 납작하게 눌러준 효자 산업, 뭐길래?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 물량 최대치
GS칼텍스 SAF 일본 수출 성공
대일 흑자 1조 7,000억 원 수준
지난 7월 정유업계의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 물량이 역대 상반기 최대치를 경신한 가운데 최근 정유업계가 일본 수출에 성공하며 일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일 휘발유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친환경 제품 시장도 선점하며 석유제품이 대일 무역역조의 해결사로 급부상하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석유제품 수출량이 2억 4,530만 배럴로 집계돼 2018년 상반기 기준 2억 3,700만 배럴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상반기 석유 제품 수출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증가해 2021년 팬데믹 이후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수출액으로 보더라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증가한 237억 6,224만 달러(한화로 약 32조 9,154억 원)를 기록해 국가 주요 수출 품목 중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3위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대한석유협회 측은 “국내 정유사의 원유도입액 404억 달러 중 59%를 수출로 회수한 것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수출액 7,000억 불 달성 목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최다 수출 품목은 경유로 전체 수출량의 40%를 차지했으며, 휘발유 23%, 항공유 18%, 나프타 8% 순이었다. 덧붙여 국가별 수출량 순위는 호주, 싱가포르, 일본, 중국, 미국 순으로 나타났다.
이중 일본의 경우 탈탄소화 및 에너지 절약의 일환으로 10년 전 정유공장을 통폐합하면서 휘발유 수급 차질과 최근 엔저 현상에 따른 해외 관광객 급증으로 항공유도 부족 사태를 겪고 있어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일본이 한국에 먼저 손을 내밀어 국내 정유를 얻기 위해 손을 벌린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국내 정유업계가 2010년대 정제설비 고도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로 경쟁력을 강화했지만 일본 정유업계는 현상 유지에 치중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19일 관세청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정유업계의 올해(1~8월) 휘발유 일본 수출액은 14억 4,643만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기준 휘발유 일본 수출액 13억 8,453만 달러를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특히 1~8월 기준으로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일본 정유사 시설 가동률이 급락했던 2012년 수출액 13억 3,986만 달러를 뛰어넘으며 역대 최대 수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일 휘발유 무역흑자 규모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올해 1~8월 흑자 규모는 12억 7,959만 달러(한화로 약 1조 7,000억 원)로 2012년 13억 3,986만 달러에 이은 12년 만에 최고 기록으로 나타났으며, 2020년 5억 8,033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 정유업계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가뿐히 넘어 이겼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본 정유업계는 소극적인 생존을 택했지만, 한국은 1990년대 들어 시작된 고도화 시설 투자 경쟁에 적극 뛰어들며 공세적 경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서 고도화 시설이란 정유 과정에서 생산된 저렴한 중질유(원유보다 공정이 저렴해 정유 공정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는 기름)를 원료로 휘발유·경유 등 값비싼 경질유를 한 번 더 만드는 설비를 말한다.
실제로 국내 정유 4사 중 하나인 GS칼텍스는 지난 2000년부터 2016년까지 고도화 시설에 약 11조 원을 투자해 현재 국내 최대 규모 고도화 처리능력(일 27만 5,000배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S-OIL의 경우 2010년대까지 고도화 설비에 투자한 금액은 7조 1,000억 원으로, 현재 9조 2,580억 원 규모의 고도화·석유화학 생산시설인 샤힌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HD현대오일뱅크는 고부가제품 생산 비율이 41.7%로 국내 정유사 중 가장 높으며, SK에너지 울산공장은 지속적인 투자로 단일 공장 정제능력 기준 세계 2위 규모를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같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한국은 지난 2018년을 기점으로 일본의 정제능력을 넘어서 현재 세계 5위를 기록, 일본은 7위를 기록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업계에서는 GS칼텍스의 국제 인증 SAF 일본 첫 수출은 국내 정유업계 우위가 미래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성과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당초 SAF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사업 형태를 시도하며 얻는 경험과 미리 사업 구조를 형성해 앞으로 그대로 고착시킬 수 있는 이점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한, SAF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포함한 순환자원 사업, 수소 생산·유통과 함께 국내 정유업계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핵심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이에 정유업계에서는 글로벌 SAF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 지원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유 제품 수출액이 연간 500억 달러 내외에 달하는 만큼 국가전략 기술로 지정해 신규 투자 시 세액공제를 강화해달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댓글0